9일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는 쌀의 관세화를 통한 쌀 시장 개방을 추진하려 하는데 미국이 주도하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인 TPP는 예외 없는 쌀 관세철폐를 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서로 충돌하게 된다”며 “하지만 쌀에도 관세철폐를 요구할 경우에는 TPP에 참여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는 국내 쌀 시장을 전면 개방하더라도 관세를 매겨 우리 농업인들에게 피해가 없게 하고, 관세 철폐가 원칙인 TPP에 참여 하더라도 쌀은 반드시 제외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것이다.
최근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쌀시장 개방 여부를 9월까지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해야 하기 때문에 국익과 우리 쌀 산업을 위해 신중하게 결정, 6월까지는 정부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개방한다면 핵심은 관세율이 될 것이며 대체로 300~500%의 관세율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정부가 쌀시장 전면 개방 쪽으로 가닥을 잡았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관세를 매겨 우리 쌀 시장을 보호할 수 있다는 주장은 최근 정부가 관심을 표명한 TPP와 정면으로 부딪치는 결과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TPP는 모든 분야의 관세를 철폐하자는 다자간 FTA다. 현재 환태평양권인 미국, 캐나다, 호주, 일본 등 12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타결된다면 전 세계 GDP의 약 38%를 차지하는 최대 규모의 지역경제통합체가 탄생하게 된다.
지난달 10일 박근혜 대통령은 “참여국들하고 원만하게 협의가 이뤄져 TPP에 공식으로 참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쌀 개방 관련 실무 부처인 농식품부의 김덕호 국제협력국장은 “지금까지 어느 FTA에서건 쌀을 포함시킨 적은 없다”며 “우리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게 TPP에 가입하더라도 쌀은 제외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TPP에 참여하는 12개국 중 10개국은 우리와 FTA를 이미 맺었거나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며 “기존에 맺어놨던 수준이 80%라면 TPP에 참여하면 더 달라 요구할 수도 있지만, 만약 쌀이 들어간다면 TPP 참여에 대한 영향분석을 할 필요도 없고 가입할 명분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