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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삼성-애플 특허 공방 최후의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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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기자

승인 : 2011. 10. 19. 05:00

*애플 4연승…삼성, 다변화 전략으로 반격 나서

김영민·조한진·정성구 기자] 스마트 디바이스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자존심 대결을 펼치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전쟁이 본게임에 돌입했다.

초반 기싸움을 펼쳤던 양사의 특허 공방은 이제 소송 비용만 수천억원에 이를 정도로 전면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양사의 특허 소송은 현재 유럽, 북미, 아시아 등 10개 전략 국가에서 30여건이 진행되고 있으며, 최근 애플이 잇따라 승소하면서 초반 승기를 잡는 분위기다.

이에 삼성전자는 강경 대응 방침을 고수하며 소송 지역을 확대하고 소송 내용을 추가하는 등 강도를 높이는 한편, 문제가 된 기술을 대체하거나 제품을 다양화하는 등 다변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공방이 장기적으로는 디자인·기능 등을 내세운 애플과 통신특허를 앞세운 삼성전자가 상호 윈-윈할 수 있는 쪽으로 결론이 날 것으로 관측하면서도 어느 쪽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느냐에 따라 반전 가능성도 열어 두고 있다.

◆애플 4연승, 향후 지역별 판세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전쟁의 초반 판세는 애플쪽으로 기울고 있다. 현재 스코어는 4대 0이다.

최근 호주, 독일 네덜란드 법원은 애플의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 들였다. 반면 삼성전자는 자신감을 나타냈던 통신표준 기술특허는 관련업계 전체가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오면서 다소 불리한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네덜란드 법원은 애플이 삼성전자의 통신표준 특허를 사용했다는 점을 인정했으나 판매금지로는 연결되지 않았다. 통신표준 특허 침해 인정은 향후 본안 소송에서 삼성전자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오려면 1~2년이 걸린다. 당장 판매 경쟁에서 삼성전자가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 들여진 나라에서는 최대 대목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소송결과는 애플이 전략적으로 선택한 국가에서 나온 판결이다. 호주와 네덜란드는 애플이 선점한 나라들이다. 앞으로는 삼성전자가 먼저 소송을 제기한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판결에 따라 양상은 바뀔 수 있다.

양사의 특허 공방은 자존심 싸움으로 비쳐지지만 밑바탕에는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소송국가의 선택도 이해득실을 따져 골랐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과 애플는 각 국가와 그 법원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검토를 거친 뒤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며 “객관적 평가와 승산을 계산한 뒤 법적 절차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양사가 각 국가의 법제와 특허제도, 자신들이 보유 중인 특허 라인업이 통할만한 곳으로 지역을 선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결과만 놓고 애플이 유리하고 삼성전자가 수세에 몰렸다고 단언하기에는 이르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영찬 신한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는 애플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보류됐지만 네덜란드와 호주에서는 애플의 손을 들어줬다”며 “당분간 합의보다는 삼성전자의 공세가 지속되고 향후 애플도 패소하는 지역이 나올 수 있어 이 시점 이후에는 양사의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의 다변화 전략, 반전 가능성

애플이 초반 승기를 잡으면서 삼성전자의 전략 변화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스티브 잡스 애플 전 최고경영자(CEO)가 타계하고 팀 쿡 애플 현 CEO가 스티브 잡스 추도식에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을 초청하면서 화해모드가 형성될 것이라는 일부 관측과 달리 삼성전자는 강공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 잇따라 애플의 승소가 이어지면서 삼성전자는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4S'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 지역을 이탈리아, 프랑스에서 호주, 일본을 확대했다.

삼성전자는 아이폰4S에 대한 압박을 전방위로 확대하면서 초반 열세를 만회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의 소송 전략이 그동안 수비 위주였다면 이제는 공수를 동시에 강화하는 분위기다.

이를 위해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 지역에 한국을 포함시키고 유럽의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앞으로 출시할 제품에 애플의 특허를 빼고 대체기술을 적용하는 우회 전략도 마련했다. 연내 출시 예정인 갤럭시탭7.7에 수퍼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애플의 멀티터치 특허 공세에 대비했다.

국제 특허 및 지식재산권 전문가들과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공방에 대해 “한 치 앞을 예측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초반에는 단 시간 내에 성과를 올릴 수 있는 디자인 관련 특허 소송을 제기한 애플이 다소 유리한 고지에 올라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최근 주요 공격 무기로 삼고 있는 3세대(3G) 통신 표준특허와 함께 사용자환경(UI)와 관련한 특허를 포함시키는 등 다변화 전략을 꾀하고 있어 장기전으로 갈수록 반전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전종학 변호사는 “애플이 보유하고 있는 디자인이나 기능성 특허는 판단이 쉬워 법원 결정이 단기간에 이뤄지고 삼성전자의 특허는 복잡한 하드웨어적 3G 통신관련 특허들이 대부분"이라며 "초반엔 치밀하게 준비해온 애플이 우세할 수 있지만 소송의 쟁점인 3G 통신 표준화와 관련된 삼성의 특허가 방대해 결국 애플은 삼성이 가진 특허를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삼성이 애플과의 긴 공방전으로 피해가 눈덩이 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리스크를 끝까지 안고 갈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권성률 동부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특허 분쟁이 디자인에서 통신 기기 쪽으로 확산되고 있는 양산”이라며 “애플은 통신관련 특허가 취약해 결국 확산을 자제하면서 크로스 라이선싱 체결 등으로 모양새 좋게 타협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반면 정우성 변리사는 삼성과 애플의 특허 공방이 길어질수록 결국 불리한 쪽은 삼성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변리사는 "삼성이 네덜란드에서 의욕적으로 제기한 가처분신청에서도 애플 손을 들어줬다“며 "삼성은 애플의 유리함을 인정하고 백기 들고 협상하는 쪽으로 몰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소송이 길어질수록 경영의 불확실성이 증대돼 삼성전자 경영진들에게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삼성은 ‘우아한 악수’를 통해 애플과의 분쟁을 종결지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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