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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수 교육부 장관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을 취재하면서 기자는 ‘교육개혁’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교육부 고위관료들이 논문 표절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 우리사회에 만연한 논문 표절을 근절할 수 있겠느냐’는 논리였다. 상대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었다. 교문위는 교육부 소관 상임위원회다.
반응은 싸늘했다. 극소수 민주당 의원들만이 관심을 보였을 뿐이다. 교학사 역사교과서 문제로 민주당은 7일 서 장관 해임건의안을 제출했다. 진영논리가 작용할 가능성이 컸다. 취재를 시작하며 감안했던 부분이다. 문제는 생각 이상으로 무관심했다는 사실이다.
교문위 새누리당 간사 측에서는 “당·정은 부부와 같은데 부부싸움을 하라는 말과 같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새누리당 간사는 교문위에서 새누리당의 입이다. 입을 다문 것이다. 교문위 소속 3선의 새누리당 의원 측에서는 “민주당의 프레임에 말려들 수 없다”며 거절했다.
당내 비주류 중진의원의 무관심에 다른 새누리당 의원들을 찾아 볼 의욕이 사라졌다. 대신 교문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을 찾아갔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태도를 두고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여당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역시 서 장관의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서는 미온적이었다. ‘역사교과서라면 달랐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말을 아끼는 의원실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교육부 수장의 논문 표절 의혹도 중요한 문제가 아니냐”고 물었다. 대부분 “다음 기회에 하자”고 했다.
12일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도 서 장관의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한 질문은 없었다. ‘역사교과서 논란’만이 반복됐을 뿐이다.
우리 사회에서 논문 표절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교육부는 2007년 논문 표절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서 장관이 교육부 차관이던 시절이다.
교육부의 시도는 성과 없이 끝났다. 실제 과제를 수행했던 교육학자는 기자에게 “교육부가 나서서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학계의 의견이 있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교육부가 연구윤리교육용 책자를 만들어 배포했지만 강제성은 없다. 책자의 내용은 표절에 대해 매우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심사에서는 ‘표절’이라는 말을 피하며 ‘인용상의 실수’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현실이다. 가르칠 때와 실제 적용할 때가 다르다는 이야기다.
한 동료 기자는 “조선 최고의 여류시인이라는 허난설헌의 시는 대부분 한시(漢詩)의 표절”이라며 “우리사회의 표절 문화는 그 뿌리가 깊다”고 했다. 아시아투데이는 ‘표절 문화를 바꾸려면 교육부가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대의명분을 제시한다. 정치인들이 서 장관의 표절에 대해 입을 다물 수 있는 명분은 무엇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