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업체 과장인 자신의 업무를 대신해줄 동료도 없을뿐더러 업무가 많아 연차를 쓰는 것도 조심스러운 직장 분위기에 장기간 육아휴직을 사용할 엄두가 안 났다.
또한, 아직까지 직장 내 남자 직원 중 단 한 명도 육아휴직을 사용한 사람이 없다는 것도 부담이다.
정부가 남성 육아 휴직률을 높이기 위해 육아휴직급여 상향 등 대책을 내놓았지만 우리나라의 국민의식과 직장문화에 비춰볼 때 현재로선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4일 워킹맘들의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해 '일하는 여성의 생애주기별 경력유지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그중 남성 육아휴직사용 장려를 위한 대책으로 부부 중 두 번째 육아휴직자의 첫 달 육아휴직급여를 통상임금의 100%로 확대하고 한도도 150만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내놨다.
현재 100만원 한도에 통상임금의 40%만 주고 있는데 이를 확대해 남성 육아휴직률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육아휴직자는 6만9616명으로 이 중 남성 휴직자는 2293명에 불과하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현재 3.3%에 불과한 남성 육아휴직률을 1~2년 이내에 10%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직장문화와 사회 분위기 속에서 남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5월 발표한 '출산과 양육 친화적 직장환경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결과'에 따르면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로 '직장문화 및 분위기상 눈치가 보여서'라는 응답이 30.8%로 가장 많았다.
이어 '육아휴직 급여 수준이 낮아 경제활동을 그만둘 수 없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22.6%, '육아휴직 후 직장복귀가 어려워서'가 17.3%로 뒤를 이었다.
남녀 모두 직장문화와 사회 분위기가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였고, 남성으로 한정한다면 이는 더욱 커지게 된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정책을 만들어도 현실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직장문화를 바꾸는 게 먼저다"라고 말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출산·육아로 인해 여성근로자의 경력이 단절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이번 정책은 환영할 일이지만 직장내 문화 자체가 바뀌어야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