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타인의 박사학위 논문 내용을 재인용했으면서도 원문을 직접 보고 인용한 것처럼 표기했다. ‘2차 문헌 표절’, 다른 표현으로 ‘재인용 표절’에 해당한다.
연구진실성검증센터는 단순 예비검증만으로도 상당한 분량의 표절이 나왔다는 점을 강조하며 ‘무더기 표절’을 의심하고 있다.
텍스트 표절 의혹이 제기된 연속된 3문장 중 첫번째 문장./자료=연구진실성검증센터 제공 |
텍스트 표절 의혹이 제기된 연속된 3문장 중 두번째 문장. /자료=연구진실성검증센터 제공 |
텍스트 표절 의혹이 제기된 연속된 3문장 중 마지막 문장. / 자료=연구진실성검증센터 제공 |
서 장관은 논문을 작성하면서 인용 표시 없이 여러 페이지에 걸쳐 원문을 짜깁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논문 158페이지의 “앞에서도 논의한 바와 같이 헤겔(Georg Wilhelm Friedrich Hegel)에 있어서 국가란 모든 사적인 이해관계가 공적인 것으로 융합되는 도덕적 질서의 사회이다”는 문장은 이돈희 씨의 ‘교육정의론’(1992) 182페이지에 나온다.
바로 이어지는 “그리고 역사는 변증법적 과정을 통하여 완전한 국가의 실현을 지향하며, 완전한 국가란 각 구성원이 전체와 조화하여 그 전체의 의지가 자신의 의지가 된 상태의 국가이다”는 문장은 같은 책 180페이지에서 발견된다.
뒤이은 “그런데 그에게 있어서 ‘이성적인 것은 현실적인 것이요, 현실적인 것은 이성적인 것’이기 때문에 한 사회가 이성적으로 완성되는 단계는 국가의 완성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는 문장은 같은 책 183페이지의 아이디어를 가져다 쓴 수준이다.
원문에서는 “뢰비트(Karl Lowith)는 우파와 좌파의 특징은 헤겔이 ‘이성적인 것은 현실적이요, 현실적인 것은 이성적이다’라고 표현한…하였다”고 적고 있다.
61페이지에서는 데이비드 헬드(David Held)의 ‘국가와 사회(States and Societies)’(1983) 9페이지를 표절한 것으로 의심되는 단락도 발견된다.
연구진실성검증센터 관계자는 “인용된 해당 부분을 참고로 표기하는 경우도 있으나 많은 부분에서 불명확한 표현방식이나 인용표기 미기재를 통해 자신의 글처럼 표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인용 표절 의혹이 제기된 서남수 장관의 박사학위 논문 86페이지. / 자료=연구진실성검증센터 제공 |
재인용 표절 의혹이 제기된 서남수 장관의 박사학위 논문 87페이지. / 자료=연구진실성검증센터 제공 |
논문 86페이지와 87페이지에서는 방영준씨의 박사학위 논문 ‘아나키즘의 정의론에 관한 연구’(1990)를 ‘재인용 표절’한 것으로 보이는 구절이 눈에 띈다.
87페이지의 “무정부주의자들은 국가 권력을 통한 공산주의 혁명은 압제를 확대하거나 영속시키는 또 다른 국가를 형성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았다”는 구절은 방씨의 논문 96페이지에서 발견된다.
방씨는 폴 토머스(Paul Thomas)의 원문(1980)을 인용했다. 서 장관은 방씨의 논문을 재인용하지 않고 원문을 직접 인용했다. 다른 사람의 지적 수고를 마치 본인의 수고처럼 표기했다는 지적이다.
87페이지의 “볼프(R. P. Wolff)에 의하면 ‘자율성이라는 덕목과 모순되지 않는 유일한 정치 정강은 무정부주의’라고 결론짓는다”는 구절도 방씨의 논문 65페이지에서 발견되지만 역시 원문을 직접 인용했다.
서 장관의 논문에는 여러 페이지에서 재인용이 다수 표기돼 있다. 논문 작성 당시 재인용 개념을 잘 알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또 방씨의 논문은 서 장관 논문의 참고문헌이다. ‘우연히’ 같은 원문을 인용했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연구진실성검증센터 관계자는 “재인용 표절은 2차 문헌에서 문장을 가져왔으면서도 1차 문헌을 출처로 대치해 버리는 표절”이라며 “질적으로 보다 나쁜 행위”이라고 했다.
서 장관의 논문은 총 457페이지 분량이다. 연구진실성검증센터의 예비검증은 앞부분 일부에 집중돼 있다.
연구진실성검증센터 관계자는 “단순 예비검증만으로도 상당 분량의 표절이 나왔기에 정밀검증 시엔 더 많은 분량의 표절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