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연은 3년여 전 박범신에게 자신의 소설로 미술작품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박범신은 안종연에게 "내가 쌀을 드릴 테니 떡을 찌든 밥을 하든 마음대로 하시오"라고 말했고 안종연은 이후 근 3년여를 작업해 소설의 분위기를 자신만의 시각적 언어로 형상화했다.
이와 같이 만들어진 안종연의 작품들이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28일까지 열리는 시간의 주름 전을 통해 소개된다.
그동안 문학과 미술의 만남 을 표방한 전시들이 대부분 시화전 형태로, 시 구절이나 소설 장면을 그림으로 옮기는 방식이었던 데 반해 이 전시는 소설 속 특정한 장면을 표현하기보다는 작품에 담긴 주제 의식을 시각적 언어로 옮기는 데 주력했다.
안종연이 모티브로 삼은 것은 박범신의 소설 시간의 주름 . 50대 중반에 접어든 한 남자와 연상의 여인 이야기를 소재로 한 이 소설에서 안종연은 생성과 소멸에 대한 얘기와 시간의 흐름 이라는 주제의식을 읽어냈고 이를 60여 점의 평면과 영상, 설치 작업으로 형상화했다.
소설 목차에서 제목을 따온 작품들은 에폭시와 스테인리스 거울, 나무, 모래 등 다양한 재료와 장르로 구현됐다.
예를 들어 신관 지하 1층 전시장에 깔린 흰 모래 위에 만화경 같은 이미지가 반복되는 애니메이션을 투사한 만화경 은 끝없는 빛의 변화가 시간의 주름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표현한 것이다.
박범신은 "내 작품이 미술 작품으로 표현된 것을 보니 굉장히 새롭다"며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새로 내 작품이 생긴 것 같아 뿌듯한 느낌도 든다"고 말했다.
02-720-1524~6
안종연의 '만화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