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에 일본과 함께 시행하려고 했던 '서머타임'이 무산되었다는 소식이다.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일본과 공동으로 서머타임을 도입하려고 했지만 일본 정부가 재계 등의 반대를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는 것이다.
차라리 잘된 일이었다. 우리나라는 일본, 북한과 함께 동경(東經) 135도를 '표준시'로 쓰고 있다. 그런 가운데 우리와 일본만 서머타임을 시행하고, 북한은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바다 건너 '외국' 일본과는 시계바늘을 똑같이 맞추면서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에 엄연히 포함되는 개성공단이나 금강산에서는 시계바늘을 고쳐야 할 뻔했다. 어쩐지 어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이른바 '경술국치' 이후 빼앗겼던 표준시를 광복 후인 1954년에 되찾았다. 하지만 그 '시간의 광복'은 불과 7년 동안에 그쳤다. 1961년 일본 표준시에 다시 맞춰버리고 만 것이다. 이후 표준시에 대한 논의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통일 이후'로 미뤄졌다.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우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변신'했다. G20 정상회의도 열릴 예정이다. '중심국가'도 하겠다고 했다. 국력이 크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도 '국가 브랜드'를 중시하고 있다.
그런데도 남의 나라 표준시를 쓰는 것은 '대한민국 국격'에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우리도 새로운 표준시를 만들 때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통일이 될 때까지 기다릴 것도 없다. 북한과 협의해서 '남북한 표준시'를 만들면 더욱 좋을 수 있다. 남과 북이 그만큼 더 가까워질 수 있고 그런 사실을 안팎으로 과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독도나 백두산 천지를 기준으로 표준시를 정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우리 영토가 어디까지인지 다시 한번 세계에 확인시켜줄 수 있고, 민족의 자긍심을 한결 높일 수 있다. 서머타임은 그러면서 추진해도 충분할 것이다.
정부는 일본과 서머타임을 공동 시행할 경우 에너지와 교통 부문에서 연간 1362억 원의 비용 감소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남북한 표준시가 도입된다면 기대효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