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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태국 공영 PBS와 방콕포스트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노파신 푼싸왓 태국 수도국경찰(MPB)은 전날 방콕 막카산 경찰서에서 열린 합동수사팀 회의에서 숨진 한국인 남성 A(34)씨의 시신의 열 손가락이 모두 절단된 상태였다고 밝혔다. 경찰은 "법의학적 결과를 기다려봐야 하지만 사망 전에 절단됐다면 고문, 사망 후에 절단된 것이라면 신원 확인을 어렵게 만들려는 목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1일 밤 파타야의 한 저수지에서 시멘트로 가득 채워진 플라스틱 통에서 발견된 시신은 태국 경찰이 확보·분석한 폐쇄회로(CC)TV 자료 등 정황상 한국 대사관에 신고된 A씨가 맞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경찰은 정확한 신원 확인을 위해 피해자 가족의 DNA를 채취해 태국 현지로 보낸 상태다.
A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한국인 용의자 3명 가운데 국내로 입국한 1명은 지난 12일 주거지인 전북 정읍에서 긴급 체포됐다. 수사를 맡은 경남경찰청으로 압송된 피의자 B씨는 지난 9일 태국에서 출국해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 체포 당시 별다른 저항은 없었지만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지난달 30일 태국 파타야에 관광 차 입국한 피의자 A씨를 다른 한국인 공범 2명과 함께 이달 초 살해한 후 통에 넣어 시멘트를 채운 후 호수에 버린 혐의를 받고 있다.
A씨의 실종 사실은 지난 7일 그의 어머니가 "모르는 남성이 아들의 번호로 전화를 걸어 'A씨가 마약을 물에 버려 피해를 입었으니 8일 오전 8시까지 300만밧(약 1억1000만원)을 몸값으로 보내지 않으면 살해하겠다'고 협박했다"고 태국 주재 한국대사관에 신고하며 알려졌다. 이들은 몸값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몸값을 내놓지 않는다면 살해 후 장기를 매매할 것"이란 협박도 일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대사관의 공조 요청을 받은 태국 경찰은 수사팀을 꾸려 A씨의 행방을 추적해왔다. 현지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지난달 30일 태국에 입국 했고, 지난 3일 새벽 한국인 남성 2명과 함께 차량에 탑승해 이동, 트럭으로 갈아탄 뒤 저수지 인근에서 숙소를 빌렸다. A씨를 태웠던 트럭은 이튿날인 4일 오후 9시쯤 검은색 천이 덮인 채 숙소를 빠져 나왔다. 현지 경찰은 "이들은 숙소 밖으로 나가 검은색 플라스틱 통과 밧줄을 산 뒤, (시체가 발견된) 저수지 인근에 1시간 가량 차를 세워뒀다가 숙소로 돌아간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현지 경찰은 A씨가 이미 3~4일 경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이미 A씨를 살해, 시체까지 유기한 후 A씨의 모친에게 몸값을 요구하는 협박전화를 건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 체포된 B씨를 제외 한 나머지 용의자 두 명은 범행 이후 각각 미얀마와 캄보디아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파신 부청장은 "세 용의자 모두 한국에서 전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양국 경찰은 공조를 통해 출입국 기록과 통화 내역 등을 통해 피해자와의 관계·살해 동기·범행 과정에서의 역할 등을 집중적으로 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