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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더는 움직이는 조각 '모빌'(mobile)을 창시해 20세기 조각사에 한 획을 그은 작가다. 이우환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놓아두는 것을 통해 사물과 공간, 위치, 상황, 관계 등에 접근하는 미술운동인 '모노하'(物派)를 이끈 세계적인 현대미술가다.
칼더의 작품들은 국제갤러리 K2 1층과 K3에서 만나볼 수 있고, 이우환의 전시는 K1, K2 2층, K2 정원에서 감상할 수 있다.
칼더의 개인전은 천장에 여러 모양의 오브제를 줄로 매단 전형적인 모빌 작품을 비롯해 바닥에 고정된 채 움직이는 스탠딩 모빌(스태빌) 등 1940∼1970년대 모빌과 과슈 작업으로 꾸며졌다.
모빌은 '후'하고 불어넣는 날숨 같은 작은 공기의 흐름에도 반응하며 천천히, 우아하게 움직인다. 때로는 줄에 매달린 오브제들이 서로 부딪혀 소리가 나기도 한다. 소리는 때로 아름답지 않고 거친데, 이 역시 칼더가 의도한 것이다.
전체를 브론즈로 만든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1944년 대형 콘크리트 조각 작업의 모형 격으로 만든 것으로, 실제 조각으로 구현되진 않았다.
잉크와 과슈로 작업한 회화도 여러 점 나왔다. 조각과 과슈 작업실을 따로 둔 칼더는 에너지를 많이 쓰는 조각 작업을 한 뒤 과슈 작업실로 옮겨가 에너지를 풀어냈다고 한다. 음양 무늬나 나선형이 주를 이루는 과슈 작업은 마치 수행처럼 이뤄졌다.
모빌이 순간순간 공기 흐름에 반응하며 시시각각 변화하는 것에 관해 샌디 로워 칼더재단 이사장은 "과거의 기억도 아니고 미래도 아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중요성을 상기시킨다"며 "칼더는 자기 작품이 공간과 함께 상호작용하는 존재로, 현재의 예술로 느껴지길 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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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2009년 역시 국제갤러리에서 열렸던 개인전 이후 14년 만에 국내에서 열리는 작가의 개인전이라 더욱 주목 받는다.
전시 주인공은 조각이다. 1968년 시작한 '관계항'(Relatum) 연작의 연장선상에 놓인 작품들의 주재료는 자연을 상징하는 '돌'과 산업 사회를 대표하는 '강철판'이다.
1996년 일본에서 선보였던 작품을 다시 소개하는 '사운드 실린더'는 속이 빈 강철 원통에 돌이 하나 기대어 있다. 원통에 있는 5개 구멍에서는 새와 천둥, 빗소리, 개울 소리, 에밀레종의 종소리 등이 흘러나온다. 일본 전시 때는 소리가 외부 스피커에서 나오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원통 내부에서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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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캔버스 앞에 돌을 배치한 작품에는 '∼인 것 같다'는 의미의 영어 단어 '심'(Seem)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그저 캔버스 앞에 돌을 뒀을 뿐인데 돌이 캔버스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기도, 두 사물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 같기도 한 작품이다.
전시장 한쪽에는 이우환의 회화 연작 '대화'(Dialogue)를 연상시키는 커다란 점과 간결한 선으로 구성된 신작 드로잉도 소개된다.
두 전시는 다음 달 28일까지 관람객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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