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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明약이야기]⑭“위장병, 잡혔어!” 한국인의 쓰린 속 잡아 온 ‘겔포스’

[明약이야기]⑭“위장병, 잡혔어!” 한국인의 쓰린 속 잡아 온 ‘겔포스’

기사승인 2020. 06.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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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매출 평균 150억원, 작년엔 183억원
김 회장의 안목 '걸쭉한 겔 형태' 성과
대만 등 진출로 글로벌 존재감 '우뚝'
2014년 中서 연매출 500억 돌파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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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병, 잡혔어!” 1980년대 보령제약의 위장약 ‘겔포스’의 광고 문구다. 당시 국민드라마로 불렸던 MBC ‘수사반장’에 출연했던 배우 최불암씨가 겔포스의 광고에 등장하면서 이 광고 문구는 유행어로 등극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덕분에 ‘속쓰림, 위장병에는 겔포스’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였다.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속쓰림을 달래기 위해 약국에서 겔포스를 찾곤 한다.

올해로 출시 45년을 맞는 겔포스는 보령제약의 대표 장수 의약품 중 하나다. 매년 15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는 효자제품이기도 하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겔포스의 매출액은 183억원으로 집계됐다. 보령제약의 전체 매출액인 5243억원의 3.5% 수준이지만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려오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팔린 겔포스만 16억5700만포로, 이는 한 줄로 늘어놓을 경우 지구를 4바퀴 이상을 감쌀 수 있을 정도다.

보령제약이 겔포스를 선보일 수 있었던 건 창업주인 김승호 보령제약그룹 회장의 역할이 컸다. 1969년 당시 보령제약 사장이었던 김 회장이 일본 제약전문지의 선진국 의약품 업계 시찰 행사에 초청돼 유럽을 방문하면서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이곳에서 다양한 의약품들을 접했는데, 그중에서 주목한 것이 바로 걸쭉한 형태의 위장약이었다. 당시는 위장약이라고 하면 알약이나 가루약밖에 없던 때였다. 국내에서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의약품을 발견한 김 회장은 이를 제품화해야겠다는 의지를 품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후 보령제약이 프랑스 제약사와 기술제휴 협약을 체결하게 된 건 1972년이다. 보령제약은 기술도입 및 검증 등 3년의 준비 기간을 거친 후인 1975년 6월 겔포스를 시장에 선보였다. 겔포스는 현탁액(미세한 입자가 물에 섞여 걸쭉한 형태)을 뜻하는 ‘겔(Gel)’과 제산 효과를 뜻하는 ‘포스(Force)’를 합친 이름이다. 과도하게 분비된 위산을 알칼리성 물질로 중화시켜 속쓰림과 더부룩함 등의 증상을 완화해준다.

당시 현탁액 위장약이 전 세계적으로 10억포 이상 판매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지만 겔포스의 출시 첫해 매출액은 6000만원 정도에 그쳤다. 물약, 가루약, 알약에 익숙하던 국내 정서에 걸쭉한 약은 생소했다. 하지만 곧 ‘위벽을 감싸 줘 술 마시기 전에 먹으면 술이 덜 취하고 위장을 보호한다’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 중반은 이른 아침에 출근하고 통행금지 직전 귀가할 정도로 과로가 일상이던 시대였고, 술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노동자들도 많았다. 자연히 위장병도 늘어날 수밖에 없었고 이는 겔포스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이 결과 출시 4년 만인 1979년에는 연간 매출액이 10억원까지 늘었다.

이후 겔포스는 광고 효과를 톡톡히 봤다. 1980년대 초반에는 ‘위장병 잡혔어’라는 카피로, 1980년대 중후반에는 수사반장 시리즈의 광고 콘셉트로, 1990년대 초반에는 ‘속쓰림엔 역시 겔포스’라는 카피 등을 활용하면서 소비자들의 인지도를 높였다. 물론 성공한 광고만 있는 건 아니었다. 겔포스의 지면 광고 중에서 단 하루 만에 사장(死藏)된 광고도 있다. 바로 1980년대 초 선보인 철모와 나비를 매치시킨 ‘위장에 평화를…’이라는 광고였다. 군인이 죽어서 패전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는 이유로 보안사 측에서 해당 광고의 중단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겔포스는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했다. 1980년부터는 대만에, 1992년부터는 중국에 각각 수출을 시작했다. 특히 대만에서는 제산제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는 것이 보령제약 측의 설명이다. 중국 진출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중국 국민들이 속쓰림을 위장병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약을 먹지 않는 탓이었다. 첫해 수출액은 3억원 수준에 그칠 정도였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 발전, 소득수준 향상 등과 함께 겔포스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04년 연매출 100억원을 달성했고, 연간 20% 이상 성장하며 2014년에는 연매출 500억원을 넘어섰다.

출시된 지 45년이 된 만큼 겔포스 역시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변화해 왔다. 지난 2000년에는 겔포스엠을 새롭게 선보이며 기존 겔포스의 성분과 효능, 효과를 한 단계 높였다. 보령제약 중앙연구소에서 4년간 연구개발과 2년여의 임상실험을 거친 겔포스엠은 위보호막 형성작용을 더욱 강화했다. 2015년에는 패키지를 변경하는 등 젊은 층 공략에도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보령제약은 겔포스의 효능 등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수출 확대도 꾸준히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해외 시장 다변화에도 초첨을 맞추고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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