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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슬의’ 신원호 감독 “조정석·전미도 러브라인, 기존과 달랐던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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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기자

승인 : 2020. 06. 10. 00:00

신원호 감독 현장 스틸(2)
신원호 감독 /사진=tvN
‘신원호 사단’이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도 성공리에 마치며 명성을 이어갔다. ‘응답’ 시리즈와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이은 성공이었다.

‘병원’을 배경으로 했지만 늘 신원호 감독과 이우정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같다. 어떠한 배경이든 그 안에 살아가는 인물에 대해 집중하고, 좀 더 우리 삶에 대해 들여다볼 수 있는 상황들을 제시한다. 조정석(이익준 역), 유연석(안정원 역), 정경호(김준완 역), 김대명(양석형 역), 전미도(채송화 역)가 각 과의 전문의를 맡아 중심을 잡고 5명의 우정과 가족, 또 병원에 드나드는 환자들, 동료 의사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진한 휴머니즘을 선사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최고 14.1%(닐슨코리아·전국 유료가구 기준)의 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병원’이라는 공간을 구현해내기 위해 제작진은 약 4년 정도의 준비 기간을 거쳤다. ‘슬기로운 깜빵생활’ 촬영 기간에도 작가들은 병원을 드나들며 취재를 다녔단다. 그런 만큼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실제 의사들이 보기에 가장 현실과 가깝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휴머니티’가 저의 작품의 특징이자 그나마 잘 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 그 가운데 큰 변곡점들, 생로병사 등 인생의 가장 큰 국면이 벌어지는 곳이 병원이죠. 저희가 잘하는 것을 녹여내면 새로운 의학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했어요. 제작진이 4년 정도 준비를 했고, 각 과마다 자문교수님들과 세세한 부분까지 대화를 나누며 대본을 만들었어요. 사진만으로 알 수 없는 부분이 많아 현장에 별도로 선생님을 모시기도 했고요. 특히 수술신은 가장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기도 했죠.”

제작진이 열심히 준비한 것들을 잘 소화해낸 건 배우들이었다. 특히 신원호 감독의 작품들에선 배우들이 실제 인물들처럼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오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이번 배우들은 이미 여러 번의 주연을 거친 베테랑인 만큼 연기를 보는 재미도 컸다.

“아무리 캐릭터라는 가면을 쓰고 대사를 해도 그들이 정말 친한지는 화면 너머까지도 다 보여요. 그래서 저는 ‘응답하라 1997’ 때부터 주요 출연진들을 친하게 만드는 사전 작업들을 했었어요. 이번 역시 배우들이 촬영 전부터 이미 친해져있었고, 그 케미가 시청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돼 좋아해주신 것 같아요. 캐스팅을 정말 잘 한 것 같고요.”

신원호 감독 현장 스틸(1)
/사진=tvN
의학 드라마이지만 5명의 친구가 함께 모여 합주를 하는 신들 역시 매번 화제를 모았다. 배우들은 합주신을 위해 몇 달 전부터 모여 연습을 했고 그 덕에 더욱 친해질 수도 있었다.

“캐스팅 단계부터 실제 밴드 연주를 실현해낼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어요. 연기를 잘하고, 캐릭터에 잘 맞고, 거기에 악기까지 잘 하는 배우를 찾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어요. 대신 악기를 배우고 싶어 하고 연습할 열의가 있는지를 고려했죠. 다들 너무나 열심히 해줘서 너무나 고마워요. 또, 주 1회 방송이 배우들에게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할 수 있었어요.”

주 1회 방송은 ‘슬기로운 의사생활’ 제작진과 배우들을 위한 것도 있었지만, 방송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시도하는 일이기도 했다. 주 1회임에도 시청자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고 화제성을 이어갔기에 어느 정도 성과는 거두게 됐다.

“주 1회 방송으로 근로환경이 개선됐죠. 저희는 본격적인 제작에 앞서 스태프 협의체를 구성, 민주적인 방식을 통해 사전에 협의한 근무시간을 준수했고 산업 안전 등에 대한 오프라인 집합 교육도 진행했어요. 사전 협의를 하고 진행을 하니 저 역시 떳떳하게 일했고 덜 미안했어요. 현장에 여유가 생기고, 그것이 또 결국은 현장의 효율로 작용했어요. 시청자들도 외국 드라마를 많이 접하면서 주 1회, 시즌제에 대해 많이 친숙해졌어요. 예전 같으면 ‘우려먹는다’는 반응도 있을 법 했는데, 이번에는 ‘내년에 또 보고 싶다’는 분위기가 생겼더라고요. 시청자는 물론이고 스태프와 배우들 모두 함께 웃을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고, 조금이라도 실현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원호 감독 현장 스틸(3)
신원호 감독과 김대명 /사진=tvN
회차가 거듭할수록 러브라인도 점점 명확해졌다. 시청자들도 예상 못한 이익준(조정석), 채송화(전미도)의 감정선은 열린 결말로 끝나 시즌2에 대한 기대를 모았다.

“5명, 일명 ‘99즈’의 첫 만남부터 송화가 익준이를 찾고, 또 함께 찍은 사진에서도 다정해요. 하지만 우리 드라마가 멜로만 있는 드라마가 아니기 때문에 너무 공을 들이고 시간을 배분하면 정체성이 모호해질 것 같았어요. 안정원(유연석)과 장겨울(신현빈)도 마찬가지죠. 그래서 마흔 살의 사랑을 이야기 하자 했어요. 20년의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과 인연이 스치고 매일 뜨겁고 절절하진 않았을 거예요. 그래서 두 사람의 러브라인이 기존의 멜로와 작법이나 속도가 달랐던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고요.”

조정석이 부른 쿨의 ‘아로하’와 전미도가 부른 신효범의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가 음원으로 출시된 뒤 쟁쟁한 가수들을 제치고 음원차트 1위에 오른 건 신 감독도 예상 못한 일이었다.

“OST와 밴드의 인기는 전혀 예상 못했어요. 이번엔 전업 가수가 아닌 배우들이 부른 거라 잠깐 화제가 되고 말 줄 알았는데 오래 사랑해주셔서 제 예상이 이번에도 틀렸고, 감사했죠. 신곡은 이우정 작가가 결정했어요. 대본 흐름에 맞게 어울릴 법한 곡들을 선곡하죠.”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올해 하반기에 시즌2 촬영에 들어가고 내년에 방송을 할 계획이다. 신 감독은 시청자들에게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12주간 사랑해주시고 기다려주시고 애청해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로 다음 시즌까지 또 기다려주셔야 하는데 이 따뜻한 감정을 한켠에 품고 같이 잘 잊지 말고 기다려주세요. 지루하더라도 조금만 참고 돌아왔을 때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신원호 감독 현장 스틸(4)
우주 역의 김준과 신원호 감독 /사진=tvN
김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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