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량 조절차원 '해외 셧다운' 우려도
"완성차업계 다 어려워… 전세계적 현상"
1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지난달 현대차 해외판매는 14만6700대로 전년동기대비 49.6% 줄었다. 같은 기간 기아차도 10만9732대로 44.0% 추락했다. 해외 판매는 국내 생산물량의 수출과 현지 판매를 합한 개념이다. 10만대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던 4월 대비해선 양사 모두 개선됐지만 여전히 ‘쇼크’ 수준의 부진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전 세계에 유례없이 닥친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각 지역별 대응책을 마련하고, 조기 정상화를 위해 힘쓸 것”이라면서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현대·기아차는 다음달 울산 3·4공장, 기아차 소하리 1·2공장과 광주 2공장 등 수출물량 생산거점들의 대거 휴업을 예고한 상태라 6월 해외 판매는 더 부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간신히 가동만 하고 있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공장의 생산량 조절 차원의 ‘셧다운’ 사례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리나라 자동차산업과 부품산업 수출 현황 역시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한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0년 5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자동차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4.1%, 차부품은 66.7% 급감했다. 특히 미국으로의 자동차 수출액은 65.5% 쪼그라들었다. 이에 대해 나승식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주요국 딜러 매장의 순차적 영업재개에도 불구하고 4월 수요 급감에 따라 현지 재고물량이 늘었고, 미국·유럽 등 주요시장의 자동차 수요가 급감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판매량이 3분기 내 살아나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아직 팬데믹이 본격화 단계에 있을 뿐 아니라, 수요 자체가 쪼그라들어 있어 단기간 정상화는 요원해 보인다”고 했다. 그나마 버틸 수 있는 힘은 내수다. 김 교수는 “현재 현대기아차 상황은 겨울잠을 자면서 내수를 통해 생존력 자체만 유지하고 있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또 “현대기아차가 해외공장 셧다운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이라면서 “공장을 쉬진 않고 있지만 최소한의 인원으로 근무시간까지 줄여 생산량 자체는 급감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납품물량이 줄다 보니 완성차업체보다는 2·3차 부품밴더들이 가동 자체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댈 곳은 풍부한 유동성과 신차 효과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최근 1분기 실적발표회를 통해 각 10조원이 넘는 자금 확보와 이를 위해 임원들의 급여 반납 등 허리띠를 졸라맨다는 계획을 내놨다. 또 제네시스·아반떼 등 연초부터 줄줄이 이어지고 있는 신차 출시는 국내 판매량을 유지하는 동력으로, 플랫폼을 바꾼 싼타페와 풀체인지 카니발 등도 하반기 쏟아낼 방침이다.
다만 이 같은 현상이 현대·기아차만의 악재는 아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박사는 “유럽 등에서는 정부가 나서 셧다운을 강제했기 때문에 2개월여간 생산량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면서 “전 세계 완성차업체가 다 어려운 상황으로 보면 된다”고 했다. 실제로 연간 130만대를 생산하는 영국 내 지난 4월 자동차 생산량은 197대에 불과했다. 전년 대비 감소율은 99.7%다. 일부 봉쇄조치와 자동차 대리점 영업 불가 등의 지침 때문이다. 일본 8대 자동차 기업들의 4월 총 글로벌 판매량도 54.4% 급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