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성 KB증권 투자솔루션센터장은 25일 인터뷰에서 “300km를 가기 위해 매일 쉬지 않고 꾸준히 1km씩 가고 있다”며 “2~3년간 자산별로 다양하게 준비해온 운용 프로세스와 레코드를 토대로 올해부터는 질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공=KB증권
“저게 2년간 운용수익률인데, 파란색 선이 3.5 기울기거든요. 거기에 맞춰서 그래프가 올라가잖아요. 이번 장에서도 시장은 많이 무너졌는데 저희는 3.5% 목표수익률에 거의 맞춰가고 있습니다.”
25일 서울 여의도 KB증권 본사에서 만난 김유성(49) KB증권 투자솔루션센터장(상무)은 사무실 책상 옆 벽에 붙여놓은 1조원 규모 실계좌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운용 수익률 레코드를 가리켰다. 단정한 외모에 차분한 목소리지만 업무에 대한 설명은 똑 부러졌다. 김 상무는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 사장에 이어 KB증권의 2호 여성 임원이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여성 리더 양성 기조가 기업 경영 문화를 바꾸고 있는 셈이다. 올해 대표이사 직속으로 신설된 투자솔루션센터 수장을 맡으며 상무로 승진했다.
KB증권 내부에선 ‘40대 젊은 여성’의 임원 승진에 대해 파격적이라는 평가보다 ‘워낙 실력이 출중한 인물’이기에 놀랍지 않다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비율 발탁이 아닌 질적 발탁이다. 단순히 여성 임원 머릿수를 채우는 게 아니라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포지션에서 여성이 배제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박정림 사장도 평소 “유리천장이 아닌 유리벽을 깨야 한다”고 강조하며 여성 후배들이 다양한 포지션에서 활동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김 상무는 KB증권 통합 첫 해인 2017년 영입돼 랩운용부장을 맡아왔다. 합류하자마자 내놓은 통합자산관리서비스플랫폼(UMA) ‘KB 에이블 어카운트’는 매해 대박을 터트렸다. 현재 잔고는 24일 기준 4조1200억원이다. 상품 성공 비결을 묻자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출시한 고액자산 VVIP고객를 위한 자산배분형 랩서비스 ‘KB able Account H’은 현재 고객 2명이 각각 30억원, 100억원을 맡겼다. 이러한 성과는 차근차근 쌓은 실력이 밑바탕 됐다. 김 상무는 연세대 문헌정보학과를 졸업, 카이스트(KAIST)에서 금융공학 석사 학위를 받고 서강대에서 경영학 박사 과정을 밟았다. 1993년 외국계 ABN AMRO증권 연구원으로 자본시장에 첫 발을 디딘 후 신한은행 PB지원실 포트폴리오 매니저, 삼성증권 랩운용팀 부서장, 교보증권 투자솔루션부장을 지냈다.
그는 랩운용부, OCIO운용부, 신탁부를 총괄한다. 함께 일하는 직원만 46여 명이다. 운용과 상품에 대한 투자전략 전문가 집단을 김 상무가 이끄는 셈이다. 인재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다. 대체투자가 중요한 OCIO운용부의 경우 한국투자공사(KIC) 위탁운용팀, 주택도시보증공사 기금관리본부 출신이 포진해 있다. 국내 유수 자문사에 운용을 맡기는 ‘멀티자문형’은 인력 선별 전담팀을 따로 뒀다. 특히 조직의 힘은 직원들에게서 나온다고 믿는다. 김 상무는 “300km(연중 업무일 비유)를 매일 1km씩 가면 된다”며 “시간이 지나면 차이는 더 크게 벌어질 것”이라고 독려한다. 승진 턱을 내던 날, 랩운용부 직원 일동이 “저희 모두 기쁨을 함께하며 앞날에 발전과 영광이 있기를 기원한다”며 ‘영전 축하’ 상패를 만들어 오기도 했다.
올해 목표는 ‘투자일임 2.0’을 장기 비전으로 정했다. 질적으로 성장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그는 “그간 KB증권의 모토였던 ‘전국민의자산관리’가 2년 후 양적 성장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듯, 질적 성장도 1~2년 후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결국 키(Key)는 ‘어셋 얼로케이션’”이라며 “어떤 전략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자산을 더 잘 섞을까 항상 고민한다. 앞으로도 여기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B증권 경영진 또한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김 상무는 “운용사업의 경우 몇년치 쌓인 레코드를 보고 투자자들이 투자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회사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의 비전을 믿어주고 지원해주는 것을 직원들도 느낀다. 증권사에서 비전을 갖고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게 흔한 일은 아니기 때문에 직원들도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