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문제에 정통한 다수 베이징 소식통의 26일 전언을 참고해 현재 거론되는 시나리오를 정리하면 대체로 다섯 가지 정도가 거론될 수 있다. 우선 이른바 백두혈통의 정통성을 가지고 있는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의 집권설을 꼽아야 한다. 일본의 대표적 보수우익지로 손꼽히는 요미우리신문 등이 주장하고 있다. 북한의 당정 최고 지도부가 이미 수년 전부터 김 위원장의 유고 시에 대비, 이 시나리오를 마련했다고 한다. 이 경우 김 부부장은 국무위원장 권한대행의 과도기를 거쳐 정식으로 취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통성이나 현재 사실상 권력 2인자 역할을 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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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지도체제 역시 ‘포스트김정은’ 시대의 권력 구도와 관련한 청사진이 될 여지가 충분히 있는 시나리오다. 김여정 부부장을 중심으로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회의 최룡해 위원장, 군을 대표하는 박정천 총참모장, 내각의 박봉주 총리 등이 지도체제를 구축, 각각 서로를 견제하면서 후일을 도모한다는 그림이 아닐까 싶다. 이 경우 75년 동안 이어져온 북한의 1인 지도체제의 변화는 목전의 현실이 될 수도 있다.
가능성이 다소 낮기는 해도 쿠데타를 통한 제3세력의 등장도 완전히 불가능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이 경우는 군을 장악하는 세력이 가장 유리할 수 있다. 만약 성공한다면 김여정 부부장을 비롯한 김 씨 일가의 운명은 백척간두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 중국 인민해방군 중교(중령) 출신의 추이중산(崔鐘山) 씨는 “격변의 시기에는 군부의 힘이 가장 강력해진다. 김 위원장의 유고가 사실이라면 앞으로 군부의 힘이 강력해질 것이다. 쿠데타의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하기 어렵다”면서 향후 군의 역할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더욱 확률이 떨어지는 시나리오도 있다. 바로 김 위원장의 형인 김정철이나 이복삼촌인 김평일 전 체코 대사가 전면에 등장하는 그림이다. 문제는 김정철의 경우 권력에 대한 의지가 약하다는 점, 김 전 대사는 지지기반이 전무하다는 사실이 약점으로 꼽힌다. 특히 김 전 대사는 김일성 전 주석의 아들이라는 정통성은 있으나 70대를 바라보는 고령이라 최고 지도자에 오르기는 무리라고 해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이 조만간 건강이 호전돼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공식석상에 다시 나타날 경우 ‘포스트김정은’ 시나리오들은 없던 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부재가 길어질 경우 이들 시나리오 중 하나 정도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