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사 ‘돈맥경화’ 5월 가시화… “정부 나서야”
전문가 “국내 공급망 깨지면 완성차 공장도 멈춘다”
전문가들은 당장 다음달이 부품업체 ‘연쇄 부도’의 고비일 수 있다는 시각이다. 정부의 이번 자동차업계 지원이 국가 전체 일자리 보호와 산업 생태계·지역경제 파탄을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보는 이유다.
19일 완성차 5사 및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오는 21일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쌍용자동차·르노삼성자동차·한국GM의 사장급 경영진이 직접 나서 성윤모 산업부 장관과 간담회를 갖고 완성차와 협력사에 대한 32조8000억원 규모 유동성 지원을 호소한다는 방침이다. 완성차업계는 이번달 들어서만 5차례 이상 한국수출입은행·한국무역보험공사 등 금융 공공기관을 만나 지원 계획에 대해 듣고 적극적으로 요구사항을 전달해 왔다.
구체적으로 완성차 업계는 장·단기 채무 연장, 수출금융 지원정책자금 22조2000억원, 협력사에 대해서는 기업어음에 대한 국책금융기관 매입, 금융기관의 기존 대출 만기 연장 등 10조60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를 더 연기하고 공공기관 차량구매를 더 늘려 수출절벽을 내수를 통해 최대한 만회하게 해 달라는 요청도 할 계획이다. 특별연장근로와 유연근무제 조속개정 등 노동규제, 환경규제에 대한 한시적 완화 필요성에 대해서도 어필하기로 했다. 각종 세금에 대한 감면과 납부 유예 요청도 있을 전망이다.
자동차업계의 위기감은 수출 절벽에서 나온다. 지난해 58만2075대를 해외에 팔았던 1분기 자동차 수출대수는 47만9388대로 1년 새 17.6% 쪼그라들었다. 완성차 5사의 이번달 수출 전망이 12만6589대로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43% 감소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해외시장이 코로나19로 사실상 마비 상태고 해외공장 가동까지 중단된 영향이다.
한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미국·유럽 등 글로벌 수출절벽에 따라 완성차업체가 내수로 버텨야 하는 상황이지만 당장 6월 개소세 인하가 종료될 시 업체 자력으로 판매량을 회복하긴 어렵다고 본다”며 “이로 인한 피해는 1차뿐 아니라 2·3차 협력사로 고스란히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우려대로 더 큰 문제는 완성차 공장의 ‘셧다운’ 사태로 납품을 못하면서 ‘돈맥경화’ 직격탄을 맞게 된 협력사들이다. 2·3차는 물론이고 1차 협력사에서도 임금을 제대로 주지 못하는 곳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낮은 신용등급의 부품사들은 회사채 발행을 꿈도 꾸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당장 다음달 부품업계 위기가 가시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박사는 “해외가 아니라 국내 부품 공급망이 끊어져 완성차 공장이 멈춰서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당장 급한 건 부품업체”라고 했다. 이 박사는 “당장 5월부터 고비이고 부도 위기업체들이 대거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이 위기가 얼마나 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원을 1차로 끝낼 수 없고 2차, 3차에 걸쳐 계속해 살려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