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수사 속도전 벌여야…파견 없이 결과내기 어려워"
피해액이 1조원을 뛰어넘는 대규모 민생 사건이면서 무자본 M&A 방식의 ‘기업사냥’ 형태를 띠고 있는 사건인 만큼 전문 수사인력이 다수 투입될 필요가 있지만, 법무부가 파견을 주저하고 있어 법조계 안팎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3일 법무부는 라임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조상원 부장검사)에 검사 1~2명을 추가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아직 검토 중에 있다”며 구체적인 파견 결정이 내려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검찰이 수사팀에 검사 4명을 파견 받아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음에도 추가적인 검사 파견을 요청한 것은 이번 라임 사건의 규모가 크고 수사의 난이도가 높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라임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은 비리의 ‘복마전’을 방불케 한다. 높은 수익률을 내세운 ‘불완전 판매’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약 1조6000억원 규모의 피해를 입힌 정황, 관련자들의 수천억원대 횡령·리베이트 의혹, 멀쩡한 기업의 경영권을 빼앗아 각종 이권을 챙기는 기업사냥을 벌인 정황에 전직 청와대 행정관이 관여한 의혹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특히 이 사건의 경우 관련자 다수가 해외로 도피한 상황이고 라임의 자금이 다른 기업을 거치거나 페이퍼컴퍼니 등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 등을 고려해 자금흐름의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금융사건 전문 검사들이나 특수사건 수사 경험이 있는 검사들이 투입돼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수부 출신 A변호사는 “대체로 이런 사건들의 경우 굉장히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범행이 이뤄지기 때문에 금융사건 수사에 경험이 있는 금융조사부·증권범죄합수단 출신의 검사들이나 횡령 사건 등에 전문성이 있는 특수부 검사들이 투입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드러난 피해 외에도 다른 진행 중인 피해가 더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수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수사의 속도라는 것은 결국 인력이기 때문에 (인력이) 지원되지 않는다면 수사의 진척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법무부가 지향하는 ‘인권·민생’ 중심의 검찰과는 반대되는 행태를 보이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앞서 법무부는 “심각한 민생사건 지연을 이대로 둘 수 없다”며 검찰 직제를 민생사건 중심으로 개편한 바 있다.
차장검사 출신 B변호사는 “현재 피해액이 2조원 규모에 달하며 민간 피해가 극심한 상황에서 법무부가 검사 파견에 시간을 끄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특별한 다른 수사가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파견이 미뤄진다면 괜한 의심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