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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낭 격리 ‘바잉미·도시락’ 둘러싸고…뜨거운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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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0. 02. 26. 15:49

한국승객 20명 다낭 격리 둘러싸고 "병원 대신 4성 호텔 가있다" 가짜뉴스 퍼지기도
베트남 식사 어려움 호소에 "한국은 사과하라" 움직임도
가짜뉴스에 빛바라는 한국-베트남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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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베트남 다낭에서 대구발 항공편을 이용했던 한국 승객들이 격리됐던 사건과 관련, 베트남 네티즌들 사이에서 한국에 대한 비판여론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사진=SNS캡쳐 갈무리
지난 24일 대구에서 베트남 다낭으로 입국한 한국 승객들이 당국에 의해 격리됐던 사건을 놓고 베트남 인터넷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베트남 네티즌들은 ‘바잉미(베트남식 샌드위치)’와 다낭 격리 당시 제공된 도시락을 놓고 한국에 대한 비판과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사실들이 왜곡되는 등 가짜뉴스도 반한감정과 함께 빠르게 퍼지고 있어 우려된다.

24일 오후께부터 베트남 페이스북·트위터 등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는 다낭에 격리된 한국인 승객 20명과 관련한 ‘#(해시태그)’가 퍼지기 시작했다. 해시태그가 더해져 검색이 가능한 글에는 욕설에 가까운 글들도 넘쳐났다.

◇“한국인들이 4성급 호텔 요구했다”, “격리구역 대신 호텔 머문다” 가짜뉴스 퍼지기도
지난 24일, 다낭시는 사전 통보나 협의 없이 이미 비행 중이던 대구발 항공편의 탑승객들에 대한 격리를 결정했다. 다낭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승객 20명을 포함, 탑승객 80명 전원은 즉시 격리됐다. 다낭시는 한국 승객들을 다낭시 폐병원 특수 구역에 격리한다는 방침이었다.

이에 한국 외교부는 24일 해당 격리 조치가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진행됐다며 엄중하게 항의했다. 주다낭 한국 총영사관 역시 해당 조치가 갑작스럽고 일방적이란 점을 강조해 다낭시의 최대 협조를 이끌어냈다. 다낭시가 시설이 열악한 폐병원 대신 한국 승객들이 머물 수 있는 별도의 공간 물색에 나섰던 것은 이러한 연유에서다. 하지만 다낭시가 물색한 호텔 2곳은 호텔 측의 거부로, 한국 승객들은 호텔 대신 폐병원에서 24일부터 25일 밤까지 격리된 채 지냈다.
VN익스프레스 등 현지 언론의 보도에서는 이런 상세한 내막이 알려지지 않았다. “대구에서 온 한국 승객들이 격리되길 원하지 않는다”, “한국 승객들이 폐병원 대신 다른 격리구역을 요구해 다낭시가 4성급 호텔을 준비하고 있다”와 같은 현지 보도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과 맞물리며 한국 승객들에 대한 적개심으로 변했다. 24일께 오후부터 여론이 악화하며 ‘#격리를거부하면베트남을떠나십시오’ 와 같은 해시태그가 등장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승객들이 4성급 호텔을 요구했다거나 4성급 호텔에 머물고 있다는 가짜뉴스가 빠르게 퍼지기도 했다. 베트남에서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후 완치돼 퇴원한 중국인들과 비교해 한국인들이 무례하다는 반한감정도 더해졌다. 그러나 한국 승객들은 격리된 이틀간 모두 다낭시 폐병원에 머물렀다.

◇ “다낭 도시락이 대구보다 낫다”, “한국인이 베트남 음식 비하” 사과 요구하기도
25일 오후 베트남 다낭시 인민위원회는 격리됐던 한국인 승객들을 귀국시키는 데 동의했다. 격리조치를 수용하고 다낭에 남길 원한 교민 2명을 제외, 나머지 승객들은 25일 밤 인천행 항공편을 통해 무사히 귀국길에 올랐다. 레 득 터 다낭시 인민위원장은 한국으로 돌아가는 승객들에게 서신을 통해 “여러분과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긴급 조처를 할 수밖에 없었다”며 “불편을 끼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승객들이 무사히 귀국한 이후에도 베트남 네티즌들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ApologizeToVietNam (베트남에 사과하라)’·‘#20KoreansStopLying (20명의 한국인들은 거짓말을 멈춰라)’이란 또 다른 해시태그가 등장했다.

다낭시 폐병원에 격리됐던 한국 국민의 “아침에 빵조각 몇 개를 줬다”는 말을 다룬 한국 언론의 보도가 도화선이 됐다. ‘빵조각’은 다낭시 당국이 25일 아침 격리된 한국 국민들에게 제공한 ‘바잉미(베트남식 샌드위치)’였다. 다수의 베트남 네티즌들은 “바잉미는 베트남의 대표적인 음식일 뿐만 아니라 베트남의 상징”이라며 즉각 분노했다. 실제로 바잉미는 현지에서 아침은 물론 간식으로도 즐겨 먹는 음식으로 ‘퍼(쌀국수)’와 함께 베트남의 상징으로 꼽힌다. 베트남에 거주하는 일부 한국 교민들도 “문화 차이로 벌어진 일이겠지만 해당 발언이 베트남인들에게는 큰 무례로 느껴졌을 것”이라 지적했다.

‘다낭 도시락’도 뜨거운 감자가 됐다. 베트남 네티즌들은 격리된 승객들에게 제공된 ‘다낭 도시락’을 대구 도시락과 비교하며 “한국 본토보다 좋은 도시락을 줬다”며 “베트남에 사과하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가짜뉴스에 빛 바라는 한국-베트남 협력…다낭 시장, “귀국 전 특별식 준비하라” 챙겨
격리 승객들이 식사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사실이다. 주다낭 총영사관 관계자는 “급작스러운 격리 조치에 다낭시 당국도 준비가 잘 안 되어 있었다. 한국 국민들이 식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총영사관과 한인회가 함께 24일과 25일 한식 도시락을 제공했다”고 확인했다. 급작스러운 격리 조치로 마찰이 있었으나 다낭시 당국도 식사와 시설 편의를 개선하기 위해 애쓰는 등 양측이 최대한 한국 승객들의 편의를 위해 협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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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베트남 다낭시 인민위원회가 격리됐던 한국 승객들의 귀국 조치에 동의했다. 이후 후인 득 터 다낭시 인민위원장의 특별 지시로 한국인 승객들을 위해 마지막 식사로 준비한 한국음식./사진=SNS 캡쳐 갈무리
터 다낭시 인민위원장(시장)은 25일 밤, 한국으로 돌아갈 승객들의 마지막 끼니를 “가장 좋은 식사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터 위원장의 당부에 베트남 측은 한식을 포장해 한국 국민들에게 제공했다. 돌아가는 승객들에게 “불편을 끼쳐 미안하다”라는 편지도 함께 전달됐다. 25일 밤 격리됐던 한국 국민들이 귀국길에 오르던 공항에서는 양측 관계자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베트남 네티즌들의 ‘해시태그 총공격(SNS 이용자들이 동일한 해시태그를 사용해 실시간 트렌드에 이름을 올리는 법)’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례적인 점은 한국에 우호적이었던 케이팝(K-pop)·한국드라마 팬층까지 가세했다는 점이다. 거주 교민들은 “온라인에서뿐만 아니라 회사 베트남 직원들도 입을 모아 얘기한다”며 당혹스러움을 나타냈다. 그만큼 격리 과정에서 한국과 베트남 모두가 코로나19로 신경을 곤두세운 민감한 문제였다는 반증이다. 빠르게 퍼진 가짜뉴스로 오해의 골이 깊어지고 자칫 베트남 내 반한감정이 삽시간에 번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높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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