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컷오프 당하면 누가 총선서 힘 보태냐" 불만 토로
"50%~70% 인위적 컷오프 하면 민심 역효과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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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의 고강도 TK 물갈이 방침에 거세게 항의했던 TK 의원들은 이날 회동 뒤 극도로 말을 아꼈다. 하지만 딱부러지게 결론이 나지 않고 겉으로만 봉합하는 모양새가 돼 한국당의 4·15 총선 최대 뇌관이 되고 있다. 특히 대구 의원들은 황 대표에게 ‘이렇게 컷오프를 당하면 누가 총선에서 힘을 보탤 수 있겠느냐’ ‘선거 때마다 높은 교체율을 보이는 게 TK’라며 적지 않은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투데이가 지난 3일자로 단독 보도한 ‘TK 의원 집단 반발 조짐’ 기사가 나간 후 황 대표가 이날 TK 의원들과 전격 회동했지만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가 향후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총선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대구 지역 의원들과 비공개 오찬을 했다. 오찬은 공천관리위원회가 5일 현역 의원 컷오프(공천 배제)를 위한 여론조사를 개시하기 하루 전 열렸다. 이에 따라 컷오프와 공천 방향, 지역 민심 문제가 주로 다뤄졌다. 1시간 30여분 간 진행된 오찬에는 대구를 지역구로 둔 의원 주호영·김상훈·윤재옥·곽대훈·정태옥·추경호·강효상·김규환 의원 등 8명이 참석했다. 곽상도 의원과 불출마를 선언한 정종섭 의원은 불참했다.
◇대구 의원 “너무 많은 컷오프는 지역 여론 안 좋다” 우려 전해
오찬에 참석한 한 의원은 통화에서 “거의 모든 의원들이 너무 컷오프를 많이 시키면 지역 여론이 안 좋다는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오찬 상황에 대해 “서로 아주 의례적이고 조심하는 분위기였다”면서 “분위기가 화기애애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의원은 “오찬과 관련해선 대변인을 통해 얘기하기로 했다”면서 “각 의원들은 개별적으로 이야기는 안하기로 했다”고 극도로 말을 아꼈다.
앞서 이날 오찬에서 대구 지역 의원들은 인위적인 TK 물갈이 50% 방침에 대한 대구 시민들의 우려를 전달했다고 김성원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대구 지역 의원들은 “대구 시민들을 자존심을 지켜달라”면서 “황 대표뿐 아니라 공관위원들이 (공천 과정에서) 심사숙고 해달라”는 취지의 요구를 했다.
대구 지역 한 의원은 “물갈이라는 표현은 잘못된 것”이라고 언급했고 황 대표도 이에 공감을 표했다. 이 의원은 “합리적인 기준과 객관적인 판단에 의해 물갈이가 된다면 시민들도 인정하고 한국당이 보수우파의 승리를 견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그것이 아니고 기준조차 안 나오고 인위적인 컷오프를 하면 민심에 역효과를 불러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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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대표는 기본적으로 공천은 김형오 공관위원장에게 전권을 위임한 상황이지만 이 같은 대구 시민들의 우려를 김 위원장에게 잘 전달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황 대표는 “앞으로도 당이 대구 경제를 살리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면서 “공관위에도 이런 우려를 전달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특히 황 대표가 먼저 “물갈이라는 표현은 좋지 않기 때문에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요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 지역 의원들은 “TK의원 50%~70% 컷오프를 자꾸 얘기하다보니 명확한 기준이 없는 데 대한 우려가 나온다”고 지역 민심을 전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공관위가 TK의원들을 배려해 달라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황 대표는 오찬 후 “한국당 의원들께서 노고가 많으셔서 당부와 격려하는 기회를 가졌다”면서 “이런 기회를 제가 가끔씩 갖고 있는데 힘을 합해서 문재인 정권 심판을 이룰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대구 지역 의원들과 오찬을 한 데 이어 저녁에는 경북 지역 의원들과 만찬을 하고 지역 민심을 들었다. 만찬에는 김광림, 강석호, 백승주, 최교일, 이만희, 김재원, 김정재, 박명재, 송언석, 장석춘 의원 등이 참석했다. 김석기 의원은 개인사정으로 불참했다.
경북 지역 의원들은 “공천 심사를 할 때 기준은 공평하게, 절차는 투명하게, 심사는 공정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배석한 김성원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경북 지역 의원들은 “공관위에서 TK컷오프(공천 배제) 50%~70% 얘기가 나오는 것은 경북도민들을 무시하는 처사일 수 있으니 언행을 자제 해달라”는 취지의 건의를 했다. 또 이들은 “(공관위)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데도 나오는 발언에 대해 자중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황 대표는 이에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에게 대구·경북에서 나온 의원들과 도민들의 우려에 대해 숙고해달라는 의미를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최근 TK 현역 의원들을 절반 이상 교체할 방침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TK에서 교체가 많이 돼야 물갈이든 판갈이든 된다고 국민들은 볼 것”이라면서 대대적인 TK물갈이를 예고했다. 이에 대해 TK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자 총선 70여 일을 앞두고 황 대표가 직접 달래기 작업에 나섰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