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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우리 생활 곳곳에 인간의 완력을 대신하는 기계에 AI기술이 적용된 자동제어 로봇이 배치되고 있다. 독일로 리쇼어링한 아디다스 스마트 팩토리에서는 600명이 생산하던 50만 켤레 운동화를 단 10명이 만들고 있고, 한국에서는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 이뤄졌다. 인공지능이 장착된 기계들이 사회 요소에 배치되어 엄청난 사회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소위 ‘초지능사회’가 도래한 것이다. 이렇듯 초연결과 초지능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 원천이 되어 3D 프린팅과 스마트 제조업 외에도 공인인증보다 안전하다는 핀테크 블록체인, 언론사에서 야구중계 기사를 작성하는 로봇기자, 세계적 온라인 공개수업 무크(MOOC), 데이터와 신호를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사물인터넷(IoT), 그리고 우버와 에어비엔비 등과 같은 공유경제 플랫폼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데 미국 골드만삭스가 600명을 해고하고 인공지능 켄쇼를 도입해 그들이 한 달간 하던 일을 단 3시간 만에 해치웠다는 뉴스, ‘타다’와 기존 택시업계간의 시장진입 갈등 등에서 보듯이 4차 산업혁명의 발전은 노동의 양과 질, 그리고 그 사회적 역할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가령, 공장 노동자, 텔레마케터, 경비원, 운전자, 세무보조원 등 인공지능 로봇이나 플랫폼으로 대체되는 직업이 늘어갈수록 실업률은 높아지고 있는 반면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로봇공학자, 빅 데이터 과학자, 보안 전문가, 뇌 과학자, 플랫폼 운영자 등 인공지능에 의해 새로 창출되는 직업 종사자들은 일자리와 소득이 늘어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이런 급변하는 환경에서 기업과 노동자는 변화를 거스르지 말고 따라가고 앞서가야 생존이 가능한 우생마사(牛生馬死)의 시대가 왔다. 즉 강한 물살에 말은 자기 힘만 믿고 거슬러 뭍으로 헤엄치다 기진맥진해 죽고, 소는 힘을 빼고 흐르는 물살에 몸을 맡겨 결국에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1990년대 후반 사용한 광고 문안이었던 ‘다른 것을 생각하라’(Think Different)는 얼마 전 우리 교육의 뜨거운 화두가 되었던 대입 정시, 수시의 이슈보다 훨씬 중요하다.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대학은 누구를 입학시키느냐의 문제보다 무엇을 어떻게 학습하도록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더 중요하다. 인문, 예술, 디자인, 의학, 생명과학, 기술, 경영 등이 융·복합된 통섭(consilience)의 인적자원 개발을 위한 고등교육 구조의 혁신적 개편이 필요한 때다. 기업에서도 4차 산업혁명 핵심인재의 확보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노동의 질 변화에 따른 유지와 육성이다. 15만명 직원들이 대상인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온라인 학습 플랫폼 ‘Brilliant University’는 기존의 일방적, 정형적, 단편적 교육에서 맞춤형, 자율형, 융·복합형 교육으로 변신한 전형적 모형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개인은 특히 디지털 역량 외에도 문학, 역사, 철학 등에 기반한 감성적 창의 역량을 학습해야 차별화될 수 있다. IBM의 인공지능 의사 왓슨은 의료행위는 가능하지만 인간이 느끼는 공감(empathy) 능력은 없다. 영화 ‘매트릭스’나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에서처럼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지 못할 이유는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