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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자연과 최고의 조화, ‘본 투 비 와일드’ 콜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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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일 기자

승인 : 2020. 01. 04. 18:45

450㎞ 구간서 평균연비 9.1㎞/ℓ
일반 SUV를 운전하는 듯한 편안함…조향성능도 우수
좁은 2열공간, 가격대비 부족한 첨단편의기능은 단점…실용성만큼은 '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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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콜로라도/bipark@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은 사실상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주도했다. SUV에 대한 관심이 놓아진 만큼 시장에는 다양한 사이즈의 SUV가 등장했고, 과거라면 생각조차 못했던 대형 SUV와 가솔린 엔진이 탑재된 모델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SUV 시장과 함께 니치마켓으로 떠오른 것이 스포츠유틸리티트럭(SUT) 시장이다. 사실 국내 SUT시장은 쌍용자동차가 개화시켰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이미 엑티언·코란도·렉스턴이 주도해 왔다. 쌍용차의 픽업라인업을 견제할 만한 이렇다 할 경쟁차종이 없었던 상황에서 콜로라도의 등장은 국내 픽업트럭 시장의 판도에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됐다하겠다.

콜로라도는 지난해 8월 공식출시 됐지만 일부 편의장치를 추가하는 과정을 거쳐 본격적으로 소비자에게 인도된 것은 11월이었다. 공식출시 이후 콜로라도의 판매량은 10~12월 1261대를 기록했다. 쌍용 코란도스포츠와 렉스턴스포츠가 지난해 1265대와 4414대를 판매한 것과 비교하면 기대 이상의 성적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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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콜로라도/bipark@
◇실물을 보면 더 압도적인 외모
시승한 차량은 가장 ‘핫’하다는 ‘오션 블루’ 컬러를 입은 EXTREME-X 트림으로 4×4 구동 시스템을 탑재한 EXTREME 4WD 트림에 승하차 편의를 돕는 오프로드 사이드 스텝(Off-Road Side Steps)과 어두울 때 빛이 나는 발광다이오드(LED) 블랙 보타이 엠블럼 등 스타일리시한 옵션이 적용된 모델이다.
사진이나 TV화면에서 보던 콜로라도는 그 크기가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 하지만 콜로라도 앞에 실제 서보면 생각했던 것 보다 더 크다는 점에서 놀라게 된다. 전폭과 전고는 각각 1885㎜와 1830㎜로 정면에서 보면 정사각형 형태를 띠고. 이런 비율은 사진이나 먼 거리에 보면 차체를 작게 보이게 하는 착시를 일으킨다.

콜로라도의 전장은 5415㎜로 렉스턴 스포츠 칸보다 10㎜가 더 길다. 보기만 해도 중압감을 느끼는 캐딜락 에스컬레이드가 5180㎜인 것을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크기다. 물론 콜로라도는 중형 픽업트럭이다. 이 보다 더 큰 픽업트럭(쉐보레 실버라도 전장 5886㎜)들이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 크기도 충분히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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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콜로라도/bi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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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콜로라도/bipark@
◇놀랍지도 않지만 최악도 아닌 ‘연비’
콜로라도를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신경 쓰는 것은 아무래도 연비다. 앞서 말한 것처럼 지금까지 보지 못한 크기의 차체와 3.6리터 V6 가솔린 엔진을 심장으로 갖고 있는 만큼 연비효율성은 극히 낮을 것이라는 생각은 일반적이라 하겠다. 콜로라도의 공차중량은 4WD 모델 기준으로 2035㎏이다. 5인승 차량인 콜로라도는 1170리터의 적재용량에 약 716㎏을 실을 수 있다.

화물적재가 늘어나고 4WD 구동 구간이 늘어날수록 연비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쉐보레는 콜로라도 4WD기준 복합연비를 8.1㎞/ℓ(고속연비 9.8㎞/ℓ, 도심연비 7.1㎞/ℓ)로 설명하고 있지만 실연비는 더 낮을 것이란 생각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하겠다.

이런 부분을 우려해서인지 콜로라도에는 연비효율을 높이는 기술들이 적용돼 있다. 우선 전자식 오토트랙 액티브 4×4 시스템이다. 4륜 및 2륜 구동 방식을 운전자가 선택하는 파트타임 4WD 시스템을 지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노면 상황에 맞게 자동으로 구동 방식을 변환하는 ‘AUTO’ 모드가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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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식 오토트랙 액티브 4×4 시스템/bipark@
특히 쉐보레 카마로와 캐딜락 CT6에 적용됐던 능동형 연료 관리 시스템(Active Fuel Management)이 적용됐다. 이는 견인 중량·주행환경 등에 따른 엔진부하에 따라 6개의 실린더 중 4개의 실린더만 활성화시키며 연비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다. 여기에 17인치 타이어를 기본 적용한 것도 연비 관리에 효과적이라 하겠다.

시승은 5명이 탑승하고 서울에서 강릉을 왕복하는 458㎞ 구간에서 이뤄졌다. 도심 일반도로와 고속화도로·고속도로 등 모든 구간에서 주행모드는 ‘AUTO’모드에 맞췄고, 고속도로에서는 눈이 내리는 굳은 날씨와 도로가 미끄러운 구간 등이 있는 만큼 정속주행 위주로 진행했다. 평균연비는 9.1㎞/ℓ. 쉐보레가 제시한 4WD 기준 복합연비에 비해서는 높고, 고속연비보다는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다만 3.6리터 가솔린 엔진이 적용된 만큼 운전습관과 주행모드, 도로상태 등에 따라 연비수준은 급격히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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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콜로라도/bi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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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콜로라도/bipark@
◇승차감도 주행성능도 기대 이상
트럭이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사실 콜로라도의 주행성능과 승차감에 대해서는 기대가 그리 높지 않았다. 이미 콜로라도를 경험해본 이들의 칭찬에도 머릿속에는 ‘그래 봐야’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승차감은 더욱 그랬다. 프레임보디를 적용했으니 당연히 승차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었고, 트럭이라는 이미지와 합쳐져 기대치를 급격히 낮췄다.

458㎞를 운전하는 동안 이런 선입견은 사실 대부분 사라져 버렸다. ‘그래봐야 픽업트럭이지’라는 생각이 ‘나쁘지 않은데’로 재조합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V6 직분사 엔진에서 뿜어내는 힘을 하이드라매틱 8단 자동변속기가 효율적으로 배분해 줘서인지, 100㎞/h이상으로 속도를 끌어올릴 때에도 변속충격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고속도로에서 100㎞/h로 정속주행하는 동안 엔진회전수는 2000rpm을 유지하며 부드러운 승차감을 만들어 냈다. 다만 100㎞/h 이상 속도에서 차량내부로 들어오는 노면소음과 엔진음, 그리고 앞뒤로 차체가 울렁거리는 느낌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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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타이 엠블럼이 섬세하게 새겨진 스테인리스 머플러 팁/bipark@
높고 넓게 보이는 시야와 함께 대형 SUV를 운전하는 것 같은 승차감은 운전 중 피로를 경감해 주는 요소라 하겠다. 사실 쉐보레의 대형 SUV인 트래버스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승차감이다. 개인적으로는 콜로라도의 승차감에 한 표를 주고 싶은 정도다.

콜로라도는 전륜서스팬션에 다이나믹하고 높은 반응성을 보이는 독립 코일오버가, 후륜에는 오프로드에서 유연한 움직임이 가능한 솔리드액슬이 적용됐다. 프레임보디 적용으로 인해 나타나는 롤링(좌우 흔들림)과 피칭(앞뒤 흔들림) 현상이 나타나곤 하지만 부담스럽지는 않은 정도다.

조향성능도 커다란 덩치와 어울리지 않게 빠른 반응성을 보인다. 차로 변경이나 구불구불한 편도에서 큰 차체를 조작하는데 큰 무리가 없을 정도다. 정차 시에는 다소 무거운 느낌의 스티어링휠은 주행에 들어가면 적당히 가벼워지면서 편안한 운전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파워는 말 그대로 차고 넘친다. 최대 3.2톤을 끌 수 있는 토잉능력만으로도 콜로라도의 파워는 다 설명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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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콜로라도 LED 블랙 보타이 엠블럼/bipark@
◇자연속에서 더 돋보이는 야생 DNA
광활한 농장이나 자연을 배경으로 하는 헐리우드 영화나 미드에서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었던 픽업트럭은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존재다. 쌍용차가 앞장서 나름의 시장을 만들었지만 여전히 일반인들에게 신차를 구매할 때 특별한 목적이 없는 한 픽업트럭을 선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캠핑·수상스포츠·바이크 같은 야외활동을 적극적으로 즐기는 소비자들이 이끌고 있다. 이는 픽업트럭이 다목적차량(MPV)으로서의 매력을 충분히 갖고 있다는 생각의 전환이 확산되고 있다는 증거라 하겠다. 그만큼 향후 시장성장이 기대된다는 의미기도 하다.

콜로라도를 도심에서 출퇴근이나 일상용 라이딩카로 활용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옵션이다. 도심 빌딩 숲 사이를 누비는 콜로라도는 또 다른 유니크함과 매력을 뽐낸다. 그럼에도 콜로라도의 존재감을 확실히 느낄 수 있는 곳은 역시 ‘자연’이다.

5.4m가 넘는 길이와 2톤이 넘는 무게를 자랑하는 몸체가 단단한 프레임보디와 만난 것만으로도 콜로라도가 자연에서 얼마나 강인한 모습을 보일지 짐작케 한다. 4륜구동 시스템과 312마력의 힘을 뿜어내는 3.6리터 V6 가솔린 엔진을 경험하면 온로드보다는 오프로드로 나가고 싶은 충동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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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콜로라도/bi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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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콜로라도/bipark@
콜로라도는 투박하면서도 잘 다듬어진 외관만으로도 바다·산·흙길 같은 자연과 어우러졌을 때 더 멋진 자태를 보여준다. 모습만 SUV인 일부 차량과는 질적으로 다른 선천적 터프함, ‘본 투 비 와일드(born to be wild)’라 할 만하다. 당장이라도 야생마들이 달리고 있는 넓은 초원에서 흙먼지를 일으키며 질주할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할 만큼, 자연과 맞닿아 있는 콜로라도의 모습은 매력 그 차체다.

EXTREME-X 트림에 적용된 오프로드 사이드 스탭도 콜로라도의 매력을 높이는 요소 중 하나다. 이 사이드 스탭은 단순 미적인 효과가 아니라 편리한 승하차를 위해서라도 꼭 있어야 할 부분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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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콜로라도/bipark@
콜로라도의 아날로그 감성 ‘시동키’는 또 다른 매력이긴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차량키를 대신하는 최근 트렌드에는 못 미친다. 실내는 보는 순간 쉐보레의 감성을 직관적으로 느낄만큼 깔끔하지만 단조롭다. 고속도로주행보조(HDA)와 같은 최첨단 시스템이 적용되지 않았고, 2열 공간은 성인어른 3명이 타고 장거리를 이동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전체적인 실내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보스 사운드 시스템은 보너스 같은 존재다. 이런 이유에서 콜로라도 가격(EXTREME 3855만원, EXTREME 4WD 4135만원, EXTREME-X 4265만원)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진다고 평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콜로라도는 자연을 직접 느끼고 싶은 운전자에게, 농축산업이나 소규모 제조업 등 화물적재가 필수인 운전자에게 확실한 만족감을 줄만한 차량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기대 이상의 승차감과 주행능력, 그리고 나름의 연비효율성은 콜로라도가 좋은 점수를 받을 충분한 이유라 하겠다. 단점도 있지만 프리미엄급 SUV를 원하지 않는 이상, 이 만큼 실용적이고 강력한 성능의 RV를 찾기는 쉽지 않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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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콜로라도/bipark@

박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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