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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증권가 인사이드]③“아! 옛날이여”…‘자본시장의 꽃’ 애널리스트의 한숨

[2019 증권가 인사이드]③“아! 옛날이여”…‘자본시장의 꽃’ 애널리스트의 한숨

기사승인 2019. 12.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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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매매 수사로 보고서 불신
매출 기여 불분명해 애물단지
애널 구조조정 예고된 움직임
해외자산·코스닥 분석 수요증가
매도 의견도 표출해 신뢰 찾아야
basic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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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은 분석에서 출발한다. 기업의 미래를 가늠하고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것이 투자의 선제 조건이다. 투자정보를 수집·분석하고 미래가치를 수치화하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그 업무를 각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한다. 증권업의 본질적 업무를 담당하는 그들은 ‘자본시장의 꽃’이자 증권사 경쟁력의 핵심 축이다. 

올해는 애널리스트들에게 유독 고된 해였다. 증시 부진으로 주식거래와 기관투자가의 운용 자금이 줄자 비용만 축내는 애물단지로 취급을 받았다. 매출 증가에 대한 직접적인 기여도가 뚜렷하지 않은 부서다보니 회사 인력 구조조정 1순위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조직 슬림화도 진행형이다. 16일 한국투자증권은 리서치센터 내 부서 5개를 3개로 줄이면서 IB 등 리서치 업무를 필요로 하는 부서에 애널리스트를 일부 배치했다. 

◇애널리스트 구조조정 불 댕긴 선행매매

애널리스트의 불법 행위가 이슈화되면서 불필요한 인력 구조조정은 예고된 현상이었다. 한 대형증권사 소속 모 애널리스트는 선행매매로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가 포착돼 지난 9월부터 금융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주식을 미리 사두고 매수 추천 의견을 내 주가 띄우기를 시도한 혐의다. 

일각에선 애널리스트가 선행매매 등 불법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도 있기 때문에 시스템을 개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많이 채택받고 주식시장에 영향을 많이 미쳐야 하는 압박을 받는다. 연봉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큰손인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프레젠테이션 및 기업설명회(NDR)를 열고 그들을 위한 행사도 마련한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일부 업체에서 연말마다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선정하는 설문조사를 진행하는데, 기관투자가들에게 설문지를 돌린다”며 “애널리스트 입장에선 이러한 대외 평가가 연봉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본질적인 분석 업무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수많은 기관투자가들을 직접 만나고 사전에 정보를 알려주는 방식으로 점수를 올리기에 바쁘다”고 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재 협회에 등록된 애널리스트는 57개사 1087명으로 자본시장법 도입 후 최대치였던 2010년보다 421명 감축됐다. 애널리스트 수는 감소세를 보이다 작년 1013명으로 바닥을 찍었다. 비용에 대한 부담감이 크게 작용했다. 보고서 수요와 연결되는 브로커리지 수익과 법인영업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서다. 기관투자가 운용 자금도 줄었다. 한 증권사 상무는 “주식형펀드 규모가 한창 잘나가던 시절에 비해 현재 반토막 이상 줄었다”며 “주로 패시브펀드로 자금이 들어가면서 기존 주식 개별 종목에 대한 분석 수요도 감소하고 있다”고 했다. 

◇애널리스트 감축 바람직하지 않아…‘증권사 경쟁력 핵심’

하지만 시장 전문가는 애널리스트 감축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라고 제언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애널리스트의 주업무는 정보생산활동으로 정량적·정성적 평가에서 모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증권사의 경쟁력 유지 측면에서 애널리스트에 대한 평가가 다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 연구위원은 “앞으로 해외자산 및 성장성 있는 코스닥 기업들에 대한 분석 평가 작업에 비중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최근 해외주식 투자 열풍이 불면서 이와 관련한 애널리스트의 규모는 작년보다 소폭 늘었다. 해외주식 거래는 4년 연속 증가세다. 16일 기준 384억5779만달러로 2016년보다 두 배 늘었다. 

‘매수’ 일색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매도 의견을 통해 신뢰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매도 의견을 낸 곳은 올해 9월말 기준 KTB투자증권·키움증권·하나금융투자 3곳에 불과하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주주 위에 정부’라는 제목의 통신업종 보고서를 내면서 주목받았다. 그는 정부의 지나친 개입을 주가 부진 요인으로 꼽았다. 최 연구원은 16일 “부담도 있었지만 산업 발전이나 방향성에 대해 애널리스트가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했다”며 “올해 통신주 주주들이 고생을 했기 때문에 주주 마음을 대변해 목소리를 냈다”고 말했다.

보고서가 공공재 역할에서 탈피해 자사 고객에게만 제공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컨설팅회사나 회계법인도 증권사 보고서를 많이 참고한다고 들었는데 비용 지불로 연결되지 않는다”며 “모든 사람에게 무차별적으로 보고서가 제공되는 것은 공공재나 다름없다”고 했다. 이어 “회사는 이를 비용으로 인식하게 되고 애널리스트 규모를 줄이게 되는 것”이라며 “이는 시장 전체 분석 보고서 수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시장을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낙후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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