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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천연가스 기업인 가즈프롬(Gazprom)은 지난 3일 투르크메니스탄과 5년에 걸쳐 연간 55억㎥의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러시아는 투르크메니스탄산 천연가스의 가격 경쟁력이 낮아지자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가 올들어 지난 1월 재개한 상태다. 이번에 결정된 수출량은 과거 러시아가 수입하던 연간 100억㎥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수입 재개만으로 투르크메니스탄은 환영 의사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한 때 투르크메니스탄의 최대 천연가스 수입국이었기 때문에 러시아가 수입을 중단한 몇 년 간 투르크메니스탄은 경제에 중대한 타격을 입었다. 실제 2000년 이후 연평균 10% 이상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던 투르크메니스탄은 러시아의 수입 중단에 따라 6%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이어왔다. 투크르메니스탄은 천연가스와 석유가 국내총생산(GDP)의 50%, 수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투르크메니스탄은 러시아의 수입이 중단된 이후 수출의 대부분을 중국으로 전환, 연간 30억~40억㎥의 천연가스를 수출하며 경제성장률을 유지해 왔다. 앞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총서기 겸 국가주석은 지난 2013년 9월 투르크메니스탄 순방 중 2020년까지 천연가스 수입을 3배로 늘이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2017년 기준으로 중국의 천연가스 수입 중 35%는 투르크메니스탄산이 차지했으며, 중국 천연가스 소비의 14%를 담당했다.
하지만 투르크메니스탄은 중국이 천연가스의 가격을 낮게 책정하는데다 중국만으로는 수출이 충분하지 않아 심각한 재정 압박을 받아왔다. 실제 중국은 투르크메니스탄 천연가스의 거의 유일한 수입국이 되면서 가격인하 압박을 가했다. 2012년 340달러/1000㎥였던 투르크메니스탄산 천연가스의 중국 공급가격은 2017년 185달러/1000㎥까지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투르크메니스탄이 천연가스전 개발과 인프라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중국으로부터 빌려오고, 향후 30년 간 연 300억㎥의 천연가스를 현물 상환하기로 합의하면서 실질적 재정수입은 더욱 줄고 있는 상황.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IS)에 따르면 중국의 투르크메니스탄 대출 총액은 80억 달러(약 8조867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수입 재개를 환영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투르크메니스탄은 현재 수출 경로를 다변화하고 수출량을 늘리는 방법을 모색중이다. TAPI, 일명 ‘투르크메니스탄-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인도’를 잇는 약 1814㎞ 길이의 가스관 건설을 통한 수출이 대표적. 또 카스피해를 지나 유럽으로의 수출 길도 모색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