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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속도 논쟁에 베트남 고속철도, 도입논의부터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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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19. 07. 15. 08:40

"시속 200㎞ 열차 도입이 현실적, 베트남 기업 공사참여 기회도"
"시속 350㎞ 돼야 항공 등과 경쟁" 정부 부처는 물론 여론도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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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와 호찌민을 잇는 1726㎞의 남북철도는 국토가 남북으로 긴 베트남에서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프랑스 식민 지배기인 1881년 공사를 시작해 1936년 완공된 이 철도는 베트남전을 거치며 파괴된 것을 1976년 보수해 현재까지 쓰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현재 최고 속도가 시속 90㎞, 하노이에서 호찌민까지 34시간이 걸리는 이 철도를 고속철도로 업그레이드, 5시간 20분 혹은 8시간으로 단축시키는 ‘대수술’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기획투자부와 교통운송부 등 정부 부처는 물론 여론도 엇갈려 진통을 겪고 있다.

VN익스프레스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베트남 기획투자부는 시속 200km를 전제로 260억 달러(약 30조6540억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남북 고속철도 건설안을 응우옌 쑤언 푹 총리에게 제출했다. 이는 앞서 교통운송부가 제출한 시속 350㎞, 587억 달러(약 69조2073억원)의 건설안에 비해 절반도 안 되는 수준. 이처럼 핵심 부처인 기획투자부와 교통운송부가 의견 차이를 보이자 소요 비용의 타당성은 물론 속도 논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남북 고속철도의 예비 타당성 자문기관인 TEDI의 팜 흐우 선 대표는 “기획투자부의 계산은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에 따르면 시속 350㎞의 고속철도 대신 200㎞의 고속철도를 도입할 경우 철로 설치 비용은 10%, 장비 비용은 26% 감소한다. 하지만 그외 신호·통신 시스템을 비롯한 기타 비용은 모두 동일하기 때문에 절반 이상으로 비용을 감축할 수 없다는 것. 일본의 자문회사 역시 시속 350㎞의 고속철도 도입을 위해 기존 베트남 철도 인프라를 활용할 경우 일본의 사례보다 30%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교통운송부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고속철도의 속도 역시 이의 연장선장에서 논쟁을 낳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시속 200㎞의 고속철도는 항공을 비롯한 다른 교통수단과 경쟁할 수 없을 뿐더러 향후 수요도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2050년을 내다 보았을 때 고속철도의 역할은 항공과 도로교통이 메꾸지 못하는 대규모 여객수송을 담당해야 하기 때문. 한국의 KTX와 일본의 신칸센처럼 초(超) 고속철도를 도입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인 만큼 시속 200㎞의 고속철도는 시대에 역행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물론 시속 200㎞의 고속철도를 도입하는 것이 현실적이란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교통운송부 차관을 지낸 라 응옥 쿠에 교수로 대표되는 일부 전문가들은 587억 달러에 달하는 시속 350㎞의 고속철도 도입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쿠에 교수는 “30년 안에 시속 350㎞의 고속철도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교통 인프라 예산이 매년 2배 이상 증가하는 것은 물론 다른 건설 프로젝트를 연기해야 한다”며 “30년이 아니라 40년이 걸릴 수도 있다” 지적했다. 또한 시속 350㎞의 고속철도는 하루 36만4000명의 승객만을 운송할 수 있다. 그러나 2050년 하노이~빈 구간은 14만5000명, 빈~냐짱 구간은 13만3000명, 호찌민시~냐짱구간의 승객은 15만5000명으로 열차의 여객처리능력의 40%에 불과하다는 것. 전체 여객처리 능력의 40%만을 운송하기 위해 물류운송을 할 수 없는 350㎞/h 열차를 도입하는 것은 실질적인 인프라 개선도 미비할 뿐더러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란 것이 쿠에 교수의 분석이다.

양 부처의 주장을 놓고 베트남에서도 여론이 갈리고 있는 상황. 일각에서는 시속 350㎞의 고속철도를 도입할 경우 선진기술을 가진 한국·프랑스·일본 등 외국기업이 사업을 독점하게 되지만 시속 200㎞의 고속철도를 도입할 경우 베트남 기업도 참여해 성장의 계기를 얻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장기적인 비전과 현실적인 방안 사이에서 베트남 정부가 어떤 방안을 최종 채택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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