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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소재부품 국산화의 길 “국가단위 생태계 조성에 대기업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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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기자

승인 : 2019. 07. 09. 06:00

양적 성장 지름길 걸어… 질적 고도화 미흡
국가차원 생태계 조성이 급선무… '자본의 국적성'
中企체제 더뎌… 대기업 나서야 일본 따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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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을 규제하면서 우리 경제를 견인해 온 ‘반도체’ 산업에 비상벨이 울렸다.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가 생산차질을 빚게 되면 경쟁국가에 주요 공급선을 내 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경제 안보가 위협받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대기업간 합종연횡을 통해 소재부품 국산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한다.

◇ 실패의 이유 “빨리 가려고 양적 성장의 길만 걸었다”
지난 수십년 동안 소재·부품 산업 자립을 외쳐왔음에도 여전히 핵심소재는 일본 의존을 벗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력산업 성장에만 집중한 탓에 국내 밸류체인 역량을 쌓지 못했다고 진단한다. 소재산업 질적 고도화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노력과 의지가 약했다는 것이다.

8일 아시아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정은미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장은 “그동안 우리 산업 성장은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높은 방법을, 양적 성장에 최적의 경로를 택해 왔다”며 “글로벌 리더로 첨단산업을 이끌고 있음에도 이에 걸맞은 내부 생산시스템을 못 갖췄던 것”이라고 했다.

산업 주도를 위해선 우리가 기획하고 설계하는 능력을 가져야 하는데 성장만 중시하다 보니 당장 눈앞의 이익만 좇았다는 것이다. 정 본부장은 “기업들이 일부 소재부품 국산화에 성과를 내도 일본에서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면 가격의 레버리지 효과만 생각해 일본과 거래를 계속해 왔다”며 국내 조달 포트폴리오를 구축하지 못한 배경을 설명했다.
중소기업을 너무 과보호해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 연구위원은 “부품소재는 시장규모는 크진 않지만 꾸준한 기술력이 요구돼 중소기업 경쟁력이 절대적”이라며 “정부가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데만 집중하다 보니 구조조정과 혁신을 어렵게 만들고 결국 영세해지는 악순환을 거듭해 왔다”고 했다.

◇ “결국 대기업 나서야… 가장 빠른 국산화 길”
소재부품 국산화는 단기간에 해결 될 문제는 아니지만 이제라도 구조 혁신을 시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대기업이 중심이 돼 국가 차원의 산업생태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핵심이다.

정은미 본부장은 “만약 국내 소재기업들을 적정수준으로 성장시켰다면 일본 규제에 맞춰 우리 생산량만 늘리면 해결되는 상황이었다”며 “자본의 국적성이란 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국적 단위, 로컬 단위 개념에서 산업생태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지휘자의 조율하에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오케스트라형’ 구조가 필요하다는 진단으로, 지휘 주체로는 대기업을 주목했다.

당장 중소기업을 키우기보단 아예 추진력 있는 대기업이 뛰어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그동안 중소기업 위주 전략을 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고, 지금 키워 일본을 따라잡기엔 속도가 너무 늦는다”며 “대기업이 직접 공장을 지어 필요 소재를 만들거나, 합작사를 만들어 공동으로 소재를 공급 받는 게 가장 빠르고 효과적”이라고 했다.

좀 오래 걸리더라도 기초과학 육성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태규 연구위원은 “장기간에 걸쳐서 가야 하는 문제지만, 이공계 기초과학에 정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다만 정부의 중소기업 R&D 지원은 구체적 성과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며 “퍼주기식 지원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시스템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현재 기획재정부는 소재 관련 R&D 단기사업에 대한 추가예산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반도체 수출이 국가 전체 수출의 20%를 넘어서고 있어 이번 사태는 경제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상황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송덕진 극동미래연구소장은 “반도체 중요도를 따졌을 때 소재부품 국산화는 국가경제 안보를 지키는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며 “이런 사안엔 정부·기업 할 것 없이 규제를 풀고 세제혜택을 줘 밀어줘야 한다”고 했다.
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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