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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년연장을 법으로 강제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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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19. 06. 24. 06:00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2년 5개월 전 법으로 강제한 정년연장의 폐해는 컸다. 부작용을 보니 일부만 혜택을 봤고 대다수 근로자와 기업에게는 부담만 늘렸다. 혜택이 정부 · 공기업 · 대기업에서 고임금을 받는 10% 정도의 소수 근로자에게 집중됐다. 이들 직장에서는 퇴직자가 줄어든 만큼 신규채용이 어려웠다. 이로 인해 청년들의 취업을 장기간 가로막는 고용절벽 현상이 일어나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됐다.

그 부작용을 해소하지 못한 상태에서 정부가 다시 정년연장을 검토하겠다고 나선 것은 부적절하다. 정년연장 법제화로 인한 폐해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선결과제다. 먼저 임금피크제를 포함한 임금체계 개편이 우선돼야 한다.

정년연장을 강제하면서 임금체계 개편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가 정치인의 선심 쓰기와 노조의 방해에 의해 좌절된 바 있다. 실제로 임금피크제는 몇몇 사업장에서 상징적으로 도입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기관은 호봉제 방식의 임금체계를 직무성과급 방식으로 개편하도록 의무화해야 할 것이다.

초고령사회를 준비하기 위해 정년을 더 연장하자는 주장이 있다. 세상물정 모르는 소리다. 고령화 문제와 정년문제는 별개다. 구분해서 생각해야 한다. 법으로 정년을 강제한다고 해서 실제로 정년에 맞춰 퇴직하는 근로자는 소수 기득권 노동계층뿐이다. 이들은 이미 고소득자들이다. 이들 상위계층에 더 많은 소득을 몰아주는 것이 고령화 대책일 수 없다.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50세를 전후해 명퇴하는 것이 현실이다. 정년을 강제로 늘리면 오히려 퇴직연령이 낮아질 수 있다. 어느 조직도 생산성을 넘어선 고임금을 받는 근로자를 장기간 유지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근로자는 50세를 전후해 생산성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일의 내용과 임금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없다면 고용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다. 정년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법만능주의에 빠진 탁상공론일 뿐이다.

그렇다면 100세 시대를 맞이해 어떻게 하면 60·70·80대의 고령자들이 일할 수 있고, 더 나은 조건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정부가 할 일은 법으로 정년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퇴직자들이 재교육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에 적합한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들이 자영업자로 무모한 투자에 나서기보다 사업장에서 안정된 급여를 받는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한 방향이다.

일본과 서구 국가에서는 정년을 늦추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들 나라는 우리와 상황이 다르다. 기업들이 정년연장을 원하고, 사회적으로도 긍정적 효과가 있기에 정년을 늦추는 것에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 것이다. 또한 선진국에는 민주노총 같은 전투적 노조가 없고, 합리적 임금체계를 갖추고 있어 정년을 연장해도 그 폐해가 적다.

일본은 65세 정년 연장을 법으로 강제하지 않았다. 기업이 정년연장을 할지, 정년제를 폐지할지, 재계약 형태로 고용할 지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80% 이상의 기업이 근로희망자에 한해 1년 단위 재계약으로 근무 시간과 임금을 정하는 고용방식을 택했다.

사실 정년제는 바람직한 제도가 아니다. 나이를 이유로 고용상 차별을 할 이유가 없다. 바람직한 방향은 정년제를 폐지하고 수시채용, 자유로운 계약, 수시해고가 가능한 상태다. 영미계 나라들이 정년제를 폐지한 것처럼 우리나라도 정년제 폐지를 장기적 과제로 정하고 이를 위한 법과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고용기간과 임금을 법으로 제한하는 모든 규제를 해소하고, 기업과 근로자가 일의 내용과 성과에 따라 근무형태·기간·임금을 다양하게 계약할 수 있도록 경영환경을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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