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미안 아파트 주민들, 방화문 하자 소송서 삼성물산에 승소

주민 의뢰 감정서 방화문 표본 모두 성능 불량
재판부 “성능 기준 통과 제품 썼다는 증거 없어”

래미안석관 아파트 주민들이 시공사인 삼성물산을 상대로 아파트 방화문 하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3부(김형훈 부장판사)는 래미안석관 입주자대표회의가 삼성물산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7억8000만여원 가운데 1억7000만여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한국산업규격에 따르면 방화문은 최소 30분 이상 화염을 막아줘야 하는데 검사 결과 모든 표본이 기준에 미달됐고 일부는 불과 2분 만에 화염이 발생했다”며 “규정이나 사회통념에 비춰볼 때 기준에 미달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는 방화문이 기존 성능 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아파트 완공 후 주민들이 의뢰하기 전까지 성능 검사를 한 적이 없다”며 “이 아파트에 성능 검사를 통과한 제품이 설치됐다는 증거는 없으며 주민들이 의뢰한 실험 표본이 분리·운송 과정에서 훼손됐다고 보기도 힘들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검사가 아파트 완공 후 약 8년이 경과된 시점에서 진행돼 자연 노후 현상이 발생했을 수 있다는 것과 방화문 표본의 수가 적은 점, 공제 가능한 부가가치세는 배상액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배상액의 범위를 제한했다.

580가구로 구성된 래미안석관아파트는 2009년 6월 삼성물산의 시공으로 완공됐다. 입주 후 아파트 하자가 발견되는 과정에서 방화문 성능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고, 2014년 4월 501가구의 주민들이 입주자대표회의 통해 삼성물산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2017년 7월 전문 감정기관인 한국화재보험협회 방제시험연구원에 성능검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 아파트 단지에 설치된 총 1451개의 방화문 중 표본으로 사용된 14개(1%) 방화문 모두가 부적합한 것으로 판정됐다.

삼성물산 측은 이 아파트 시공에 사용한 방화문이 성능검사를 통과한 제품이라며 감정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