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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술자리, 망가지는 간…신음하는 소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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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영 의학전문기자

승인 : 2018. 12. 27. 09:50

연말연시 술자리가 많아지면 간의 해독 능력에 부하가 걸려 알코올성 간질환 위험성을 높일 뿐 아니라 소화기 건강 전반 및 당뇨병·고혈압 등 성인병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 과도한 음주, 간질환 야기

알코올의 대사산물은 간세포를 손상시켜 간질환을 야기한다. 술에 의한 간질환 발생은 성별·개인차가 크지만 남자는 하루 알코올 40g이상(포도주 2잔·소주 반 병 정도), 여자는 하루 20g 이상의 음주를 지속하면 알코올성 간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알코올성 간질환은 지방간·간염·간경변증이 있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간세포에 과도하게 지방이 축적된 상태다. 증상은 거의 없지만 간혹 상복부 불편감이나 피로를 느낄 수도 있다. 혈액검사에서는 정상일 수 있고, 초음파 등 영상검사로 진단할 수 있다.
알코올성 지방간을 치료하지 않고 장기간 음주하면 급격한 간기능 장애를 보이는 알코올성 간염이 발생할 수 있다. 단순히 지방만 축적되는 지방간과 달리 간세포가 파괴되고 염증을 동반한다.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심하면 발열·황달·복통 등의 증상을 보인다.

알코올성 간경변증은 음주로 인한 간조직 염증이 반복돼 간이 굳는 경우다. 보통 매일 80g이상(소주 1병 정도)의 알코올을 10~15년 마신 경우 간경변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간경변증이 심해지면 복수나 황달·정맥류 출혈·간성 혼수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김정한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27일 “알코올성 간질환의 가장 중요한 치료법은 금주”라며 “간은 ‘침묵의 장기’로 불릴 만큼 간질환은 앓고 있는 경우에도 눈치 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증상이 없어도 평소에 본인의 음주 습관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사랑중앙병원 보도자료 이미지
◇ 소화기 질환도 주의해야

음주하면 간질환을 떠올리기 쉽지만 소화기 질환도 살펴봐야 한다. 과도한 음주 후 복통·속쓰림·구토 증상은 단순한 숙취가 아닌 알코올성 위염일 수 있다. 알코올성 위염은 알코올이 식도와 위장의 운동은 방해하면서 위산 분비는 증가시켜 위 점막을 손상시키는 질환이다. 위 점막의 손상이 일정 이상 진행되면 염증 반응이 나타날 수 있고, 이 때문에 속 쓰림이나 더부룩한 증상을 보인다.

이병무 세란병원 내과 과장은 “역류성식도염의 치료는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약물의 처방으로 치료가 가능하다”며 “처방된 약과 함께 기름진 음식, 과식, 음주, 탄산음료 등 식도를 자극할 수 있는 음식물의 섭취를 피한다면 질환이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과음과식 후 바로 눕는 습관은 식도 건강에 좋지 않다. 자세에 따라 음식물 뿐 아니라 산성이 강한 위액이 함께 역류하면서 방어벽이 약한 식도를 자극해 염증 반응을 일으켜 역류성식도염을 유발한다. 잦은 과음 후 구토 역시 위액이 함께 올라와 역류성식도염을 일으킬 수 있다.

역류성식도염은 식도에 발생한 염증으로 인해 음식물 섭취 시 식도 내에서 내려가는 속도가 지체되거나 중간에 걸려 더 이상 안내려가는 연하곤란, 음식물이나 침을 삼킬 때 통증을 느끼는 연하통이 동반되는 질환이다. 위염 치료는 위산 억제나 위 점막 보호 약을 처방해 증상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위염이 아닌 위궤양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위염과 증상이 비슷해 구분이 쉽지 않다. 대개 위궤양은 발생 부위에 출혈이 발생해 토혈·검은 변·혈변 등의 증상과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어 음주 후 복통·속쓰림 등의 증상을 보이면 진료를 받는 게 좋다.

◇ 알코올중독자가 겪는 신체질환은(?)

음주는 고혈압이나 당뇨 등 성인병에 걸릴 가능성을 높인다. 알코올전문 다사랑중앙병원이 7~9월 입원환자 737명의 주요 신체질환을 조사한 결과, 58%가 고혈압과 당뇨 등 성인병을 앓았다. 28%는 알코올성 간질환을, 이 중 가장 심각한 단계인 간경변증 환자는 19%에 달했다.

전용준 다사랑중앙병원 내과 원장은 “알코올 분해과정에서 생성된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독성물질이 혈관을 타고 온 몸을 돌아다니면서 악영향을 미친다”며 “고혈압·당뇨병으로 인한 위험성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적당량의 술은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과음은 고혈압과 당뇨병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음주 시 혈관이 확장돼 일시적으로 혈압이 낮아지지만 술이 깨고 나면 혈관 수축이 활발하게 일어나 오히려 혈압이 높아진다. 또 알코올은 혈당 조절 인슐린 생성기관인 췌장에 영향을 미쳐 극심한 통증과 염증을 일으키는 급성 췌장염을 유발하거나 당뇨를 악화시킬 수 있다.

전 원장은 “알코올성 지방간은 금주만 하면 회복이 가능하기 때문에 질환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한 편”이라며 “지방간으로 진단받았다면 더 이상 간이 술을 견딜 수 없는 과부하 상태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시영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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