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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금융권 희망퇴직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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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영 기자

승인 : 2018. 12. 11. 06:00

이선영증명
연말 금융권에 희망퇴직 바람이 불고 있다. 비대면 채널 활성화에 따라 매년 이어져 왔던 감원 한파에, 청년 일자리를 늘리라는 정부의 압박도 희망퇴직을 부추기고 있다.

최근 NH농협은행은 10년 이상 근무한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고, KB증권도 지난 5일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아직 공고를 하지 않은 금융사들도 희망퇴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희망퇴직은 인력 구조조정의 방법 중 하나인 만큼 노사 갈등의 불씨가 되곤 한다. 사실상 저성과자 등은 원하지 않지만 눈치를 보고 신청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자발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경제적 이유 때문이다. 매년 진행되는 금융권 희망퇴직에는 수백명의 신청자가 몰리는데 이는 퇴직금을 놓고 계산기를 두드린 결과다. 일반적으로 퇴직금은 현재 받는 월급을 기준으로 많게는 36개월치까지 받을 수 있고, 여기에 별도의 생활지원금, 전직지원금이 나온다. 남은 기간 동안 회사 생활을 더 하다가 연봉이 줄어들 수도 있기 때문에 한창 때 월급을 기준으로 퇴직금을 산정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득이라고 보는 것이다.
실제 A은행의 경우 지점장이 된 이후 3년간 평균 실적이 하위권을 기록할 경우 연봉 삭감으로 이어진다. 이후에도 개인의 실적에 따라 연봉이 추가로 삭감, 현재의 40% 수준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 실적이 좋지 않은 직원이 몇 년을 더 버티다 퇴직할 경우 연봉 삭감의 여파로 퇴직금도 줄어드는 셈이다. B은행도 비슷한 사례다. B은행 임원의 경우 2년의 임기를 보장받는데, 중도 퇴임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실적에 따라 연봉 삭감이 될 수 있어 오히려 중도 퇴임을 선택, 27개월분의 퇴직금을 보장받기 위해서다.

사측이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배경에도 경제적 이유가 있다. 기업에선 인건비가 비용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희망퇴직은 비용 절감을 위한 손쉬운 방법이다. 금융권 환경이 비대면 채널의 활성화로 영업점을 줄여나가는 만큼 인력의 효율화를 꾀해야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금융권 희망퇴직에는 비용 절감을 노리는 사측과, 퇴직금 산정에서 조금 더 이득을 보기 위한 직원들의 셈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권 희망퇴직을 단순히 구조조정 칼바람이라고 보기 어려운 배경이다.
이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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