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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막 오른 한국형 행동주의 펀드…한진칼 지배구조 변화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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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원 기자

승인 : 2018. 11.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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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진에어·칼호텔네트워크 등을 거느린 지주회사 한진칼이 본격적인 지배구조 변화의 시험대에 올랐다. 사모펀드운용사 KCGI의 경영 참여가 공식화되면서 향후 한진칼의 지배구조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연말 조 회장의 재판 결과에 따라 KCGI 측 우호 인사의 이사 선임 요구 등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더욱이 오너 일가의 갑질로 인해 3세 중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만 현직을 유지하고 있어, KCGI가 임원 인사에 대해 본격적인 발언권 행사에 나서면 승계 이슈까지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5일 유한회사 그레이스홀딩스는 한진칼의 주식 532만2666주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전체 지분의 9% 비중으로 취득금액만 1357억원에 달한다. 그레이스홀딩스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KCGI가 조성한 사모투자 합작사 KCGI제1호가 최대주주인 투자목적회사다. 이로써 KCGI는 단숨에 2대주주 자리에 앉았다.

KCGI 측은 해외 행동주의 펀드들이 흔히 보이는 고배당 요구, 인건비 감소를 위한 인력구조조정, 이를 통한 급격한 주가부양 등 단기 이익실현을 지양한다고 밝혔다. 장기적인 회사 발전을 통해 기업가치를 올리겠다는 주장이다. 다만 사모펀드의 특성상 기업가치 상승과 이를 통한 차익실현(엑시트)은 정해진 수순이다. 업계에서는 KCGI의 이번 지분 취득과 경영참여가 장기전으로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KCGI 1호 펀드의 만기도 최장 14년이다.

업계에선 특히 한진칼의 지배구조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KCGI가 장기 투자를 통한 지배구조 개선과 기업가치 제고를 투자 목적으로 삼으며 첫 타깃으로 한진칼을 잡았기 때문이다. KCGI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지배구조 때문에 곤란을 겪어 기업가치가 저평가된 곳이 KCGI의 투자 대상”이라며 “낮은 배당성향이나 승계 이슈 등 지배구조 문제를 해소했을 때 당장 기업가치가 오를 수 있는 곳으로 한진칼을 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아직 KCGI의 구체적인 대응 전략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향후 한진칼의 대응 수위에 따라 유동적으로 임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투자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의 기능으로 정의돼 있다. KCGI 역시 공시를 통해 “회사의 업무집행과 관련한 사항이 발생할 경우, 회사의 경영목적에 부합하도록 관련 행위들을 고려할 예정”이라며 경영 참여 의지를 명확히 밝혔다. 여기에는 임원 선임·해임 또는 직무 정지, 정관 변경, 자본금의 변경, 배당, 회사의 합병·분할과 분할합병 등 거의 모든 경영활동이 포함돼 있다.

상대적으로 약한 조 회장 일가의 지분율은 외부 공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현재 한진칼의 최대주주인 조 회장의 지분은 17.84%에 불과하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2.31%), 조원태 사장(2.34%),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2.30%) 등 특별관계자의 지분을 모두 합해도 28.95%에 그쳐 경영권 방어에 취약한 구조다.

한편 KCGI를 이끌고 있는 강성부 대표는 과거 신한금융투자의 크레디트 애널리스트 출신이다. 현역 시절 수차례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뽑힐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던 강 대표는 지난 7월 LK투자파트너스에서 독립해 KCGI 설립을 위한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한진칼 투자에서 보듯, 강 대표는 애널리스트 활동 시절부터 국내 대기업의 지배구조 전문가로 명성을 쌓아왔다.
장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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