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이 공동 개최하기로 합의한 2032년 하계올림픽 유치 경쟁에 중국의 상하이(上海)는 나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4일까지만 해도 일부 언론의 보도대로 상하이 역시 경쟁에 나서는 게 확실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국이 즉각 부인함으로써 없던 일이 돼 버렸다. 이로써 2032년 하계올림픽의 남북 공동 개최 가능성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 유력지 제팡르바오(解放日報)의 15일 보도에 따르면 이처럼 엉뚱한 해프닝이 벌어진 것은 최근 상하이시 체육국이 2032년 하계올림픽 타당성 연구조사 용역을 발주한 사실과 관련이 있다. 일부 언론이 14일 이를 보도하면서 상하이가 하계올림픽 개최를 추진한다고 못박아버린 것. 누리꾼들 역시 보도가 사실이라는 판단 하에 관련 기사들을 열심히 퍼나르면서 분위기에 불을 지폈다. 당연히 온라인 공간에서는 치열한 찬반 양론이 펼쳐질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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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시 체육국이 14일 저녁 늦게 발표한 성명. 2032년 하계올림픽 유치 경쟁에 뛰어들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봐도 좋다. /제공=제팡르바오
상황이 겉잡기 어려울 정도로 번져가자 상하이시 체육국은 이날 저녁 늦게 부랴부랴 성명을 발표, 분위기를 진정시켰다. 내용은 관련 연구가 상하이를 국제 일류 경기 도시로 만든다는 계획에 따라 진행한 기초적인 것인 만큼 ‘과도한 해석’을 하지 말라는 것. 더불어 언론 보도가 오독(誤讀)을 통해 너무 앞서갔다는 입장을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저명 스포츠 평론가 왕다자오(汪大昭) 씨는 “중국은 2008년에 베이징 하계올림픽을 개최했을 뿐 아니라 2020년에는 동계올림픽도 연다. 굳이 올림픽에 연연할 이유가 없다. 더구나 현재 분위기는 하계올림픽보다는 월드컵을 한 번 개최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면서 상하이의 하계올림픽 개최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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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크고 작은 스포츠 행사가 열리는 상하이 스타디움. 올림픽 유치를 하려면 이보다 더 좋은 스타디움을 신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제공=검색엔진 바이두(百度)
그의 주장은 축구광인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틈만 나면 “내 소원은 중국의 월드컵 진출과 개최, 그리고 우승”이라고 누누이 강조하는 현실만 봐도 상당히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상하이가 진짜 국제 일류 경기 도시로 발돋움하려면 올림픽보다 경제 유발 효과가 더 클 수 있는 월드컵 개최에 도전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문화 평론가인 마샹우(馬相武) 런민(人民)대학 교수는 “여러 정황상 2032년 하계올림픽 개최는 한국에 기울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중국으로서는 월드컵을 노리는 것이 훨씬 더 좋을 수 있다”면서 상하이의 월드컵 유치 도전이 현실로 나타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2032년 하계올림픽은 남북한과 호주, 인도, 인도네시아 등이 유치 경쟁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중 호주는 이미 두 차례나 올림픽을 개최한 것이 장점이 아니라 약점이 되고 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인프라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가 쉽지 않다. 만약 상하이가 끼어들지 않을 경우 남북한의 공동 개최 가능성이 커진다고 할 수 있다. 이로 볼 때 상하이시 체육국의 14일 성명 발표는 남북한 체육계 입장에서 나름 낭보가 아닌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