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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K의 15일 보도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전날 싱가포르에서 회담을 갖고 평화조약 체결 추진을 가속화하기로 합의했다. 아베 총리는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신뢰를 쌓고 영토 문제를 해결해 평화조약을 체결하겠다”며 “남겨진 과제를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지 않고 나와 푸틴 대통령이 반드시 종지부를 찍겠다는 생각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내년 초 러시아를 방문하고 싶다는 의향도 피력하면서 “1956년 일·소 공동선언을 기초로 평화조약을 가속화하기로 합의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일·소 공동선언에는 러시아가 “평화조약 체결 후 시코탄, 하보마이를 일본에 인도한다”는 내용이 명기돼 있다. 즉, 이를 근거로 평화조약을 체결할 경우 일본은 이들 두개 섬을 반환받을 가능성이 있다. 60년도 넘은 일·소 공동선언을 꺼내들면서까지 러시아와 일본이 평화조약 체결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일본의 두개 섬 반환 외에 중국의 북극 진출을 견제하기 위한 러시아의 포석이라는 것이 대체적 분석. 실제 산케이신문은 이날 중국이 러시아의 성역인 북극에 대해 지분 확대에 나서면서 러시아가 일본과의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극은 세계의 미확인 천연가스 가운데 30%, 석유 13%가 잠들어 있는 천연자원의 보고. 또한 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점점 사라지면서 수송항로의 가치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극동과 유럽을 잇는 항로의 경우 인도양~수에즈운하의 항로를 이용하면 2만㎞를 항해해야 한다. 반면 북극해 항로를 이용하면 1만3000㎞만 항해하면 된다. 수송 기간이 10일이나 단축된다. 또한 러시아 해군은 북극해와 오호츠크해 전략에 중요한 원자력 쇄빙선도 주둔시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으로 인해 러시아는 일찍부터 북극권 개발에 착수해왔다. 2011년에는 북극해 중앙부를 자국의 대륙붕이라고 주장했다. 2016년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원자력 쇄빙선을 진수시켜 북극해 항로 증강도 추진해왔다. 이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 중국. 중국은 올해 1월 처음으로 북극 정책을 정리한 백서를 공표, 북극해 항로를 ‘빙상 실크로드’로 평가하고 천연자원과 신항로 개척에 의욕을 나타냈다. 지난 9월에는 첫 국산 쇄빙선을 상하이에서 진수했다.
이 같은 중국의 움직임은 러시아로선 ‘위협’일 수 밖에 없다. 러·일 영토분쟁 지역인 북방 영토의 에토로우섬(러시아명 이투르프)에 러시아가 지대함 미사일을 배치하고, 북극해 항로 상에서 미사일 발사 연습을 반복한 것은 중국에 대한 견제 의도 때문이라는 것이 산케이신문의 분석. 실제 지난달 일본 자위대 수장인 가와노 가쓰토시 통합 막료장이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러시아 국방장관은 “올해 보스토크(극동 지역에서 실시하는 군사훈련)에서는 일본을 배려해 쿠릴 섬에서의 훈련을 보류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이는 북극해 권익 보호를 위해 일본과 방위 협력을 심화시키고 싶다는 사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