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강제성이 없어 단속하는 데 한계…예방책 마련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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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 동탄 신도시에 사는 5살 아이 엄마 정모씨는 집 근처 A어린이집 입소 대기 1번을 받고 기다리기를 4개월. 그러나 끝내 연락은 오지 않았다. 대기 신청 시 높은 점수를 부여 받은 다른 학부모가 정씨의 앞 자리를 선점한 것이다. 정씨는 하는 수 없이 집에서 20여㎞ 떨어진 오산시 소재 어린이집으로 아이를 보낼 수 밖에 없었다.
6일 동탄 1·2 신도시 학부모들에 따르면 이처럼 어린이집 입소 경쟁이 치열해지자 허위로 재직증명서를 만들어 맞벌이 부부로 위장, 빠른 대기순위를 부여 받는 이른바 ‘어린이집 입소 새치기’가 당연시 되면서 피해를 보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다. 맞벌이 부부의 자녀가 어린이집 입소 시에 우선 순위를 부여받기 때문이다.
영유아보호법 제28조에 따라 △부모가 취업 중이거나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영유아 △3자녀 이상 가구 또는 영유아 2자녀 이상 가구 등은 정부가 정한 1순위로, 점수 산정 시 100점을 받는다. 추가로 ‘100점 이상의 점수 항목’이 있는 3자녀 이상 가구와 맞벌이 가구는 200점, 3자녀 맞벌이 가구는 300점을 받는다.
◇허술한 입소 절차…허점 파고드는 학부모들
맞벌이 부부들은 어린이집에 취업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해 확인 절차를 거쳐야만 입소할 수 있다. 원장은 제출받은 모든 서류를 관리하고 입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이 과정에서 서류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일은 특히 교육부가 지난달 유치원 어린이집 공공성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처음학교로’를 통해 유치원 원아모집을 실시하는 등 입학관리 시스템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에 역행하는 행위로, 실제 일하는 학부모들과 어린이가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
동탄 신도시에 거주하는 안모씨(37·여)는 “가족 사업에 이름만 올려놓고 실제는 집에 있는 엄마들, 입소 몇 달 전부터 정기적으로 입금을 해 통장 내역을 조작하는 엄마들도 있다”며 “어린이집 원장들도 서류만 받고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는데 정부에서 나와봤자 무슨 수로 확인하겠나”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윤모씨(33·여)는 “첫째 아이 입학 때 받은 점수를 둘째 입학시킬 때 재사용하는 엄마들도 있다”며 허술한 관리 실태를 꼬집었다.
한 학부모는 입소가 결정되면 강제로 퇴소 조치를 할 수 없어 이를 악용하는 부모들도 있다고 주장했다. 동탄 2신도시에 사는 정모씨(36·여)는 “아이의 보육 안정성을 위해서 함부로 퇴소시킬 수 없기 때문에 한 번 등록하고 나면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생활을 즐기는 엄마들이 많다”고 말했다.
◇원장·교사·학부모 모두 알면서도 모른 척
서울에 거주하는 김모씨(35·여)는 “첫째를 어린이집에 보냈는데, 교사가 ‘부모들 모두가 맞벌이’라고 말했지만 실제로 직장에 나가는 엄마는 나 혼자 뿐”이라며 “이렇게라도 안하면 어린이집에 입소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엄마·어린이집 원장·교사 모두 알면서도 쉬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끔 시에서 조사가 나올 경우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사진을 찍어 보내달라’고 한다”며 “그 정도는 쉽게 만들 수 있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시는 입소와 관련한 불법행위 적발 시 ‘우선순위 위반’으로 어린이집에 시정명령 조치를 내리거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강제성이 없어 단속하는데 한계가 있다.
화성시 동부출장소 복지위생과 관계자는 “정기 지도점검 시 사원증·급여명세서 등을 확인하라고 원장들에게 신신당부를 하지만 작정하고 속이면 이를 확인할 길이 없다”며 “예방책을 마련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