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금융권에 따르며 뱅크사인은 지난 8월27일 출시된 후 현재까지 안드로이드앱 기반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 5만여건이 다운로드됐습니다. 시중은행의 모바일앱 다운로드 건수가 많게는 1000만을 넘는 것과 비교해 이용자가 현저히 적습니다.
국내 은행 15곳이 각각 수십억원을 투자해 개발한 뱅크사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전자거래의 보안성과 편의성을 높인 인증 서비스입니다. 국가가 지정하는 공인인증 방식을 탈피했다는 점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시작 전부터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흥행에 참패한 이유는 뭘까요? 고객을 유인할 특화된 서비스나 기능의 부재 때문일 겁니다.
은행연합회 측은 인증서의 수명이 3년이고, 발급수수료가 없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존 공인인증서도 단순 은행거래에는 무료로 쓸 수 있는 공인인증서가 있는 데다 기존 공인인증서의 갱신 과정도 복잡하지 않아 소비자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가지 않는 모습입니다.
또 이미 대부분의 은행들이 공인인증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비밀번호, 지문, 패턴 등의 간편 로그인 방식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뱅크사인 앱을 추가로 깔 이유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일부 은행 뱅킹 앱과 연동이 잘되지 않고 시스템이 불안정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이에 정치권에서도 쓴소리를 쏟아냈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정태옥 의원(대구 북구갑)은 지난달 26일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인인증서 폐지 추진으로 각 은행이 수십억원씩 분담해 탄생한 공동인증서 뱅크사인이 사용 범위나 간편성 등에서 기존 공인인증서와 차이가 없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은행들 스스로의 무관심도 반성해야할 일입니다. 자사의 앱이 신규 출시되면 가입자 늘리기에 총력을 다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뱅크사인이 뭔지 모르는 은행 직원들이 태반입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뱅크사인이 잊혀지지 않기 위해서는 인증서비스 외에도 금융거래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자리잡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