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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하늘 전쟁 격화…‘장거리 노선’으로 눈돌리는 대형 항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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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진 기자

승인 : 2018. 11. 0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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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의 국적 항공사 등 대형 항공사들의 장거리 노선 신규 취항이 잇따르고 있다. 저비용 항공사(LCC)의 급성장에 위협을 느낀 대형 항공사들이 장거리 노선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 저비용 항공사에서는 제공할 수 없는 장거리 노선의 높은 서비스 품질과 쾌적한 환경 제공을 통해 비용 경쟁이라는 ‘족쇄’에서 벗어난 승부를 펼치겠다는 얘기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밤 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마닐라 국제공항에서는 새로운 에어버스 항공기 한 대가 이륙했다. 필리핀 항공이 신규 취항한 마닐라~뉴욕 직항편의 첫 비행인 것. 이 장거리 직항은 캐나다 밴쿠버를 경유하는 것보다 4시간 짧은 16시간만에 도착할 수 있다. 첫 비행의 탑승률은 73%였지만 이후에는 연말 연휴를 앞두고 미국에서 일하는 필리핀 사람들의 귀성 행렬이 이어지면서 ‘만석’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12월부터는 현재 주 4회 비행을 5회로 늘리기로 했다. 타깃층은 미국에서 일하고 있는 300만명의 필리핀 해외 근로자.

싱가포르 항공은 지난달 11일 싱가포르와 뉴욕을 연결하는 18시간 30분의 세계 최장 노선에 신규 취항했다. 독일을 경유하는 노선보다 4시간이나 절약할 수 있어 금융 관계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 노선을 이용하는 글로벌 투자은행 UBS의 아시아 투자책임자 켈빈 테이는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출장 때 이 노선을 이용한다. 싱가포르 항공은 이달 2일 싱가포르와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잇는 노선도 신설했다.

단거리·중거리 노선에 집중하고 있는 저비용 항공사는 기내식을 제공하지 않는 등의 방식으로 비용을 줄여 저렴한 티켓 값을 자랑한다. 저비용 항공사를 선택하는 고객들은 이 같은 방식을 선호한다. 반면 장거리 노선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높은 서비스 품질과 쾌적한 환경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에 대형 항공사인 필리핀 항공·싱가포르 항공은 저비용 항공사와의 비용 경쟁에서 벗어나 활약할 수 있다. 싱가포르 항공은 이번에 신설한 두 노선에 프리미엄 이코노미석과 비즈니스석만 취급하고 있다. 비즈니스 고객에 초점을 맞춰 단가가 높은 장거리 노선에서 점유율 확대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필리핀 항공과 싱가포르 항공의 신규 노선 개설로 미국 본토와 동남아를 연결하는 직항편은 미국 유나이티드 항공을 포함해 모두 3개로 늘어나게 됐다. 이에 따라 동남아와 미국 본토를 연결하는 노선의 총 운행 횟수도 10월 주 39회에서 12월 주 70회까지 증가한다.

동남아에서는 저비용 항공사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급성장하면서 대형 항공사를 위협하고 있다. 동남아 국내선에서는 이미 저비용 항공사가 6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제는 국제선에도 진출하고 있다. 동남아 저비용 항공사의 선두에 선 말레이시아의 에어아시아는 지난해 일본~태국을 잇는 노선 신설 등 국제선에 공을 들이더니 올해에는 2020년부터 미국과 일본을 잇는 장거리 노선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필리핀의 세부퍼시픽 항공은 일본·중국·중동으로 진출하며 자국 국적 항공사인 필리핀 항공의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동남아의 대형 항공사들이 앞다퉈 장거리 노선 신규 취항에 뛰어들고 있는 것은 바로 이 같은 배경 때문. 국적 항공사인 태국의 타이항공과 베트남의 베트남항공도 미국 직항을 검토하고 있다. 홍콩의 캐세이퍼시픽은 지난 9월 홍콩과 워싱턴을 잇는 노선에 취항했다. 동남아의 하늘에서 펼쳐지는 항공사들의 전쟁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김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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