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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형 그랜저를 타고 서울에서 출발해 강원도 일대를 왕복하는 300km 구간을 달렸다. 시승 차량은 ‘2018 그랜저’ 3.0 가솔린 익스클루시브 스페셜 모델로 5세대 그랜저HG에서 선보였던 람다Ⅱ 3.0 GDi 엔진의 개선형 모델이 탑재됐다. 이 엔진은 최고출력 266마력, 최대토크 31.4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또한 전륜 8단 자동변속기가 현재는 단종된 ‘2017 아슬란’에 이어 현대차에서 2번째로 적용됐다.
신형 그랜저의 전장과 전폭은 4930mm·1865mm로 기존 대비 각각 10mm·5mm 늘어났지만, 실제로 보니 오히려 더 작고 단단해진 듯 했다. 이유는 외관의 변화 때문이다. 기존 그랜저가 ‘Y자’ 형태의 그릴 디자인으로 날카로움을 강조한 반면 신형 그랜저는 보닛 후드와 대형 캐스케이딩 그릴의 위치를 더 낮추고 모서리를 부드럽게 처리해 안정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날렵한 눈매를 연상케 하는 헤드램프는 역동적인 느낌을 살리면서도 고급스러움을 놓치지 않았다. 몸집을 과하게 키우거나 각을 세우지 않고 선명한 선을 사용해 볼륨감을 키운 탓인지 세련미도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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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재도 수준급이었다. 도어 트림의 인조가죽 소재는 물론 플라스틱 소재의 경우 표면을 부드럽게 처리해 높은 만족감을 줬다. 휠베이스(축간거리)는 기존 모델과 같지만, 시트 포지션이 다소 낮아져서인지 2열 공간은 더 여유가 느껴졌다. 2열 시트는 폴딩 방식이 아닌 스키스루가 적용됐으며 트렁크 공간은 골프백 4개가 들어갈 정도로 넉넉했다.
시동을 켜고 가속페달을 밟으니 매끄럽게 반응하며 속도를 끌어올렸다. 급가속 시 준대형 세단답지 않은 빠른 응답성을 보여줬고 고속주행 구간에서도 차체 흔들림이 적어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했다. 무엇보다 실내 정숙성이 기존보다 대폭 개선됐다. 차량의 앞유리와 앞좌석 도어 유리에 이중접합 유리를 적용하는 등 소음진동성능(NVH)을 높인 덕분이다. 주행 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서스펜션의 반응이었다. 역동적인 주행성능을 강조한 신형 그랜저는 후륜 멀티링크 서스펜션의 설계와 부품을 개선해 다소 단단하지만, 무르지 않은 적절한 타협점을 찾은 듯했다.
신형 그랜저의 주행모드는 컴포트·에코·스포츠·스마트 등 4가지다. 특히 스마트 모드는 운전자의 주행 성향을 분석, 도로 상황에 따라 알맞게 자동 변경돼 편리했다. 컴포트 모드는 전반적으로 가·감속 밸런스에 초점을 맞췄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니 스티어링 휠이 묵직해졌고 서스펜션이 평소보다 민감하게 반응했다. 가속페달을 밟자 1.6톤의 무게가 무색하게 쏜살같이 치고 나갔고 코너링 시 차체가 더욱 민첩하게 움직였다.
신형 그랜저에는 지능형 안전기술 브랜드인 ‘현대 스마트 센스’가 적용됐다. 차량 또는 보행자와 충돌 가능성이 감지되면 브레이크 작동을 보조하는 자동긴급제동시스템(AEB)과 전방 카메라를 이용해 차선을 감지하고 스티어링 휠을 제어해 차선을 유지하도록 보조하는 주행조향보조시스템(LKAS) 등이 포함된다.
시승을 끝낸 뒤 연비는 공인연비(10.1km/ℓ)보다 높은 11.7km/ℓ를 기록했다. 정부의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이 적용된 ‘2018 그랜저’ 가솔린 3.0 모델의 가격(부가세 포함)은 △익스클루시브 3529만원 △익스클루시브 스페셜 3829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