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부총리가 여타 그룹을 방문할 때 기재부가 그 그룹의 투자계획을 받아서 직접 발표해도 아무런 말이 없던 청와대가 유독 삼성 방문에는 ‘제동’을 걸었기에 그로서는 당혹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관련 보도가 나간 3일 저녁 그는 입장문 발표를 통해 유감을 표시하고 경제활성화를 위해 경제주체들을 만나 ‘시장과의 소통’을 하고 있는 중인데 그 대상을 가릴 일은 아니라면서 대기업을 4번 만났지만 투자나 고용계획에 간섭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가 강조했듯이 “투자나 고용계획에 대한 의사결정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판단해 결정하는 것”이다. 제3자인 정부는 투자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어도 질 수 없고 투자자는 그런 책임을 회피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투자자는 자기가 소유한 투자자산 가치의 증가 혹은 감소를 통해 그 투자의 책임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지만 제3자는 투자자산을 소유하는 게 아니므로 그런 책임을 지고 싶어도 질 수 없다.
혹시 정부가 재정투입을 통해 그런 책임을 지려고 하는 순간 신중하게 투자를 하려는 경제주체들의 동기가 손상되기 때문에 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따라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그의 말처럼 “모든 경제주체가 신바람 나게 일하고 우리 경제가 혁신을 통해 역동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시장여건과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와 관련해서 정부가 ‘기업가들이 느낄 정도로’ 해낸 게 있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관치’에 익숙해져서인지 혹은 정부의 힘이 여전히 기업의 명운을 좌우할 정도로 막강해서인지 대다수 국민들은 기업이 정부의 요청을 거부하기가 쉽지 않다고 여긴다. 그래서 정부가 기업의 투자계획에 전혀 간섭하지 않았더라도 제3자인 정부가 기업의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것은 오해를 사는 어색한 행동일 뿐 아니라 관치의 그림자로도 볼 수 있다. 앞으로 정부가 ‘오해를 받을’ 그런 관치의 그림자들을 확실하게 지워나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