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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컵 단속’ 4일째···사용 줄긴 했지만 손님·직원 간 갈등과 혼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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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환 기자

승인 : 2018. 08. 05. 16:39

"10분 지났으니 머그잔으로 바꿔드릴게요" 직원 말에 손님 얼굴 붉히며 나가기도
일부 규모 작은 커피 전문점선 "많지 않은 과태료 물고 단골 잃지 않은 게 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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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12시께 서울 은평구 백화점 내 D커피전문점 계산대 앞에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이 금지됐다’는 공지가 붙어있다. /김서경 기자
“손님, 말씀하신 10분이 지나서요. 자리에 계속 계신다면 머그잔에 담아서 다시 드릴게요” “아니, 거 참 기분 상하게 재촉하시네.”

3일 오후 3시께 서울 중구의 C커피전문점. 직원의 강경한 대응에 한 손님이 불만을 쏟아냈다. 이후 얼굴을 붉히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그 자리를 치우던 아르바이트생 엄모씨(23·여)의 얼굴도 붉게 상기됐다. 매장 내 일회용 컵을 쓰던 다른 손님들은 슬금슬금 눈치만 볼 뿐이었다. “그냥 넘겨야죠. 공익을 위한 거잖아요.” 엄씨는 다시 주문대로 향했다.

환경부는 지난 1일 점주들과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대한 공동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2일부터 정식 단속에 나섰다. 단속으로 매장 내에서 점주를 포함한 직원들과 손님들 사이에 일부 혼란과 갈등이 생기고 있다.

환경부는 △소비자의 테이크아웃 의사표명 확인 여부 △사업주의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 불가 고지 및 테이크아웃 여부 확인 △사업주의 규정 준수를 위한 노력 확인 등 현장 확인 시 검토 필요사항을 발표했다.
이어 △현장 방문 점검이 원칙(사진제보 불가) △실적 위주의 과태료 부과는 지양(현장 종합적 판단 후 조치) 등 기본 점검 방식도 내놨다.

본지 사건팀은 지난 3일과 5일 서울 강서·성동·강남·중구 등 소재 커피전문점 13곳을 돌아봤다. 40석 중 1석을 제외하고 모두 머그잔을 쓰는 등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이 줄었다. 그러나 손님과의 갈등, 매장 내 혼선은 여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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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3시 서울 금천구 소재 ‘C’ 커피전문점 점장이 “일손이 부족하다”며 밀린 설거지를 하고 있다. /조준혁 기자
◇점장·매니저 “인건비와 용기 구입비 등 걱정”…“면적 작아 적은 과태료 내겠다”는 곳도

점장과 매니저들은 환경부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인건비, 컵·포크 등 구입비용, 기존 계약, 컵 제공의 어려움, 컵 등 물량 추가 구입에 따른 수납 공간 부족, 혜택 제도 미비 등을 지적했다.

A커피전문점 정모 매니저(28·여)는 “규제 때문에 추가 고용을 고려해봤는데 현 매출에서 4%정도가 인건비로 들어가니 어려운 현실”이라며 “컵도 사이즈별로 주문하고 포크, 숟가락 등 구입비용도 올라 걱정된다”고 말했다.

강서구 소재 카페 점장 조모씨(57)는 “우리 매장은 일회용품을 수거해가던 업체와 계약이 돼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졌다”며 “규제를 잘 지켜도 돌아오는 혜택도 없을 뿐더러 텀블러 할인금도 점주가 부담해야 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성동구에 있는 L커피전문점 점장은 “손님들 불편하게 안 하면서 매출을 올릴 것”이라며 “면적이 작아 과태료 5만원은 금세 벌 수 있어서 단골 잃지 않는데 더 신경을 쓴다”고 강조했다.

◇알바 “손님 응대하며 짜증과 번거로움은 우리 몫...손님들 이해해주셨으면”

아르바이트생들은 고충도 늘고 업무시간도 늘었다. 일손은 부족한데 음료 제조, 사용 컵 회수, 설거지, 재료준비 등 업무량이 증가한 까닭이다.

백화점 안 B카페에서 일하는 신모씨(26·여)는 “피크 시간대에 몰렸던 설거지를 하느라 두세 배 업무량이 늘어 제시간 퇴근이 어려워졌다. 어쩔 수 없이 연장근무도 했다”고 말했다.

손님들과의 마찰도 늘긴 마찬가지다. 신씨는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공지를 하다 보니 고객들의 대기시간이 길어져 짜증을 내시는 분이 많아졌다”며 “점심시간처럼 사람이 많이 몰리면 컵을 회수해야하는 경우도 생겨 난감할 때가 있다”고 전했다.

아르바이트생 송모씨(20·여)는 “일회용품 감소 필요성 이야기가 많이 나와 이해해주는 시민분들도 많은데 머그잔 사용을 귀찮아하고 화내는 분이 많다”며 “개인컵을 들고 오시거나 취지에 참여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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