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해외 투자에 적극적인 글로벌 기업들에게 중국은 지구촌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은 유토피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저렴한 인건비에 나름 괜찮은 노동력, 중앙 및 지방 정부가 제공하는 각종 특혜를 감안할 경우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그게 이상할 일이었다. 하지만 상전벽해라는 말처럼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전과 비교하면 유토피아가 아니라 지옥이라는 표현을 써도 괜찮을 정도로 극단적으로 변해버렸다. 극과 극이 따로 없는 형국이 아닌가 싶다.
이처럼 중국이 10여 년 사이에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지옥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게 변해버린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엄청나게 치솟는 근로자들의 임금과 깊은 관계가 있다. 징지르바오(經濟日報)를 비롯한 언론의 최근 보도를 종합하면 법으로 보장되는 중국의 최저임금은 지난 2009년 만 해도 베이징 기준으로 월 800 위안(元·13만6000원) 전후에 지나지 않았다. 달러로 하면 110 달러 남짓이었다. 넓은 시장을 고려하면 글로벌 기업들이 바로 혹할 수준이었다고 해도 괜찮았다. 이 무렵에도 중국에 외국인 투자가 봇물 터지듯 이어진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후 상황은 급속도로 달라졌다.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인상되면서 최근에는 31개 성시(省市) 대부분 지역에서 2000 위안 수준에 이르게 된 것이다. 심지어 베이징이나 상하이(上海),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 등 1선 도시는 이미 수년 전에 이 수준을 넘어선 바 있다. 문제는 5대 보험 및 복지 혜택까지 포함할 경우 통상 임금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는 사실에 있다. 외국 글로벌 기업들 입장에서 인건비에 관한 한 진짜 지옥이라는 말을 써도 괜찮게 된 셈이다. 이와 관련, 대만 출신의 엔터테인먼트 사업가인 렁유청(冷有成) 씨는 “중국 어디에서도 이제 월 3000∼4000 원만 주면 해결되는 노동력을 구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게 생각하고 중국에 진출하다가는 큰코 다친다. 저렴한 인건비를 필요로 하는 개인이나 기업들은 동남아로 가야 한다”면서 중국의 인건비 수준에 혀를 내둘렀다.
노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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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한 노키아가 지난 2015년 말 베트남으로 공장 이전을 발표하자 광둥성 둥관(東莞)의 근로자들이 배상을 요구하면서 파업에 나선 모습. 중국의 최저임금 인상 여파에 따른 글로벌 업체들이 결행한 엑소더스의 시작이었다./제공=검색엔진 바이두(百度).
당연히 수 년 동안 “설마, 설마!” 하다가 폭탄을 맞은 외국 기업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너 나 할 것 없이 2015년 베트남으로 공장을 이전한 노키아처럼 엑소더스에 나서거나 짐을 쌀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그런지는 2018년 6월 현재 광둥성에 공장을 두고 있는 홍콩의 기업체 수가 2만5000여 개에 불과한 사실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이는 15년 전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되는 규모에 해당한다. 한국과 일본 업체들 역시 예외는 아니다. 업체 수와 투자액이 해가 다르게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저임금이 중국에게는 독이 든 성배가 되고 있다고 해도 크게 무리하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