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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의 보도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가진 연설에서 미국 장관 2명에게 보복 조치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터키 측의 조치는 지난 1일 미 백악관이 터키가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런슨(50)을 장기간 구금하고 있는 것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압둘하미트 귈 터키 법무장관과 쉴레이만 소일루 내무장관의 미국 내 재산을 동결하는 제재를 발표한 뒤 나온 것이다. 두 장관은 모두 에르도안 대통령의 후계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내각에 이번에 제재를 받은 터키 관리들에 상응하는 ‘미국의 법무장관 및 내무장관’에 터키 내 재산을 동결하는 제재를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에르도안의 이 발언은 실제적인 조치라기 보다는 상징적인 것에 가깝다는 것이 대체적인 해석이다. 미국 관리들이 터키에 재산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은 터키와 정부 구조가 달라 에르도안 대통령이 언급한 ‘미국의 법무장관 및 내무장관’이 구체적으로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미국의 ‘내무장관(Secretary of the Interior)’은 국토 및 자원 관리를 담당하고 있으며, 터키의 내무장관과는 역할이 다르다. 터키의 내무장관에 대응하는 미국의 장관은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장관이라고 언론들은 해석하고 있다.
브런슨 목사는 터키 이즈미르 시에서 개신교 교회를 이끌던 중 2016년 10월 간첩 및 테러조직 지원 혐의로 구속돼 21개월째 구금돼 있다. 미국 정부는 브런슨 목사가 무죄이며 터키 정부가 미국 내 법정 소송에서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보호하기 위한 협상 카드로 사용하기 위해 그를 붙잡아 두고 있다면서 이것이 ‘인질 외교’라며 비난하고 있다.
다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리는 승자 없는 게임의 당사자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라면서 사태의 확대를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정치·사법적 논쟁을 경제 차원으로 가져가는 것은 쌍방에 모두 해롭다”며 “가능한 한 빨리 미국이 상식을 되찾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터키 통화인 리라 화의 가치는 크게 흔들리고 있으며, 미 정부는 터키의 일반특혜관세제도(GSP) 자격을 박탈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터키는 개발도상국에 관세를 면제해 주는 GSP 제도 덕분에 지난해 약 3500개 품목, 16억 6000달러(약 1조 9000억 원) 규모를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한 바 있다. 이 자격이 박탈되면 터키 경제는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
한편 전날 싱가포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을 따로 만나 브런슨 목사 문제를 논의했으나 특별한 진전을 성사시키는 데는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