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적 아닌 현실에 맞는 교육있어야…학교, 폭력 이슈 숨기려해
상대 존중할 수 있는 인성교육 체계 마련 촉구
지난 19일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주재로 진행된 ‘청소년, 할 말 잇It수다’ 간담회에 참석한 청소년들이 학교폭력예방과 관련해 가감 없이 털어놓은 의견들이다.
최근 청소년폭력이 성인폭력 못지않게 잔인해지고 빈번하게 나타나면서 청소년폭력예방 및 관련 교육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정부정책과 현장에서 느끼는 학교폭력의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22일 여성가족부와 교육부에 따르면 2017년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청소년폭력 피해응답률은 0.8%(2만8000명)로 2013년 1.9%, 2014년 1.2%, 2015년 0.9%에 비해 하락해 학교폭력을 인지하는 학생수가 그만큼 감소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심의건수는 2014년 1만9521건에서 2015년 1만9968건, 2016년 2만3673건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전국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지원한 학교폭력관련 서비스 또한 2016년 10만9556건에서 지난해 12만6419건으로 늘었고, 올해 5월까지 5만9859건이 진행됐다.
간담회에 참여한 이모군(18)은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할 때 교육 여부만 묻고 교육 내용을 묻지 않는 등의 문제가 있다”며 정부 실태 조사의 실효성 문제를 제기했다.
학생들이 꼽는 가장 큰 문제는 언어적 폭력실태 조사의 부실과 관련 교육의 부재다. 실제 언어적 폭력에 대한 실태조사가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상처 등 증거가 남는 물리적 폭력보다는 언어폭력 빈도가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모양(17)은 “언어폭력도 폭력이다. 상황에 따라 실제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언어폭력이 왜 위험하고 심각한지를 일깨워주는 고민이 없다. 심각성을 알리는 교육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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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학교폭력에 대처하는 학교의 자세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학교장과 교사들이 학교폭력 이슈가 학교 외부로 공론화되는 것을 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정모양(19)은 “한 선생님이 ‘신체적 폭력이 아니면 언어폭력은 추억이 될 거야’라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어른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학폭위 자체가 징계만을 겨냥한 ‘제도를 위한 제도’로 변질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청소년복지센터 관계자는 “피해자를 돕기 위해 꼭 필요한 제도지만 학폭위가 신고 위주로 운영돼 타협과 화해를 할 수 있는 분위기는 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제도적 보완과 함께 사소한 문제라도 털어놓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부모·교사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고민들을 친구나 선배들에게는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여가부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고민상담 대상은 친구·동료가 44%로, 부모(24.1%)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여가부는 이런 점을 감안해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을 통해 또래상담 제도를 운영 중이다. 또래상담은 청소년이 폭력 등 어려움을 호소하는 다른 또래를 지지·지원함으로써 건강한 학교를 조성하는데 목적이 있다. 지난해 기준 전국 8005개 학교에서 24만7386명의 또래상담 학생이 활동하고 있다.
박애선 서울시청소년복지센터 소장은 “학교폭력 문제는 총체적인 접근이 필요한 것으로 정부부처 간의 협업을 통해 진행돼야 한다”며 “학생들이 상대방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존중교육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