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기밀을 다루던 사람이 퇴직하면서 관련 자료를 무단으로 가지고 나올 경우 범죄로 규정할 것인지에 대한 입법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2006년 17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의 수석보좌관으로 근무한 A씨는 국방 분야 입법 및 예산 업무 등을 보좌하며 관련 군사기밀 등을 취급하다가 계약직공무원인 방위사업청 과장으로 내정돼 보좌관직을 사직했다.
이후 A씨는 의원 사무실에서 기계화·기갑부대 개편, 전투함·고성능 전투기 확보, 조기경보 기반 구축 등 내용이 포함된 군사 Ⅲ급에 해당하는 비밀 7건을 집으로 반출한 혐의를 받았다.
또 A씨는 2009년 3월 방위사업청에서 면직되자 당시 본인이 취급한 2011년~2025년간 우리 군의 독자적인 첨단 무기 체계 개발과 관련된 471개 핵심기술 연구개발 사업 등 자료를 집으로 반출한 혐의도 받았다.
재판 과정에서는 군사기밀을 집으로 반출한 A씨의 행위가 군사기밀보호법상 군사기밀의 탐지·수집로 봐야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1·2심 재판부는 “A씨가 군사기밀의 중요성에 따른 별도의 선별, 취사선택 없이 이삿짐과 함께 자신의 집으로 옮긴 행위는 이미 수집해 보유하고 있던 군사기밀의 보관장소를 변경한 것에 불과할 뿐, 군사기밀보호법 11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군사기밀의 탐지·수집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법원은 퇴직자의 무단 반출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퇴직자의 무단 반출 행위를 범죄로 규정해 처벌할 것인지는 새로운 입법론적 논의가 필요하다” 말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