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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버닝’ 전종서 “플라스틱 용기처럼 찍어내는 연기 안 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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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희 기자

승인 : 2018. 06. 14. 18:05

'버닝' 전종서/사진=CGV아트하우스

신예 배우 전종서가 데뷔작 '버닝'(감독 이창동)으로 한국영화에서 본 적 없던 매력으로 세계 최고의 영화제인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버닝'은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유아인)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지난달 19일 폐막한 제71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화제를 모았다.

오디션을 통해 이창동 감독의 눈에 띈 전종서는 '버닝'의 여주인공 해미로 대담한 연기를 해냈다. 청춘의 불안한 내면을 섬세하고, 때로는 당돌하게 표현하며 신인답지 않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건 희망이 없고, 분노로 가득 차 있고, 억울하고 외로운 청춘들에게 필요한 '힐링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 역시 이 시대의 청춘으로서 위로가 되고 희망을 되찾게 되고, 더 나아가 우리가 어디를 지향해야 우리 다음 세대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는지, 우리가 뭘 직시 해 야하고 뭘 생각 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것 같아요. 이 영화는 도전적이예요."

하지만 '버닝'은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기며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다. 칸에서는 호평을 받았지만 국내에서는 어둡고 난해하다는 평도 많았다. 

"제 친구들 역시 솔직하게 재미 없다고도 해요.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냐'고 하는 그 말도 저는 이해가 되요. 그런데 반대로 '너무 좋았어'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야' '너무 많이 울었고 공감됐고 계속 생각날 것 같다'는 사람들도 있어요. 반응들이 극과 극으로 나뉘는데 모두 이해하고 존중해요."

학창시절을 캐나다에서 보낸 전종서는 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세종대학교 연극영화학과에 진학하며 배우의 꿈을 품었다. 하지만 대학에서 이렇다 할 가르침을 얻지 못하고 직접 연기 선생님을 찾아 나섰다.

"현재 학교는 제적된 상태예요. 출석률이 저조했거든요. 배우를 꿈꾸는 사람들이 모여 있지만 학교에서 뭘 가르치려고 하는지, 뭘 알려주고 싶어 하는지, 뭘 배워 야할지가 확실하게 안보였어요. 그래서 저는 학교를 나가서 제게 연기를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았고, 만났어요. 그 분은 '연기는 가르쳐주는 게 아니다. 너를 알아야 한다. 계속 탐색하고 고민하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저는 그 분께 연기를 배웠고, 학원이 곧 학교였어요."

지금의 소속사를 찾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지향점이 같고 가치관이 맞는 곳을 찾기 위해 수많은 소속사와 미팅을 했다고 했다.

"저는 찍어내는 게 싫어요. 플라스틱 용기처럼 형태는 똑같고 열어보면 아무 것도 없이 그렇게 소비되고 싶지 않아요. 대부분 신인배우들에게 그럴만한 환경도 제공해주지 않아요. 기회도 없고요. 저는 어떤 제도권 안에 가둬두려고 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커요. 학교를 가도, 어떤 집단에 속해있어도 항상 그래요. 다름을 인정할 줄 아는 사람, 그 말은 나를 있는 자체로 보존해줄 수 있고 나 자체를 봐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았던 것 같고 그게 지금의 회사예요."

소속사에 들어간 지 3일 만에 '버닝' 오디션 기회를 잡은 전종서는 자신을 발견해준 이창동 감독에 대한 믿음과 존경심도 가득했다. 

"감독님이라고 하면 어려워하게 되기 마련인데 이창동 감독님은 아빠 같고 좋은 어른이자 좋은 선생님이세요. 해미라는 캐릭터가 만들어지기 이전에 저라는 사람 자체에 대해 끊임없이 이해하려고 했고 인간적으로 궁금해 했고 가치를 높게 사주셨어요. 살면서 처음 받아본 대접이었어요. 제 얘기를 있는 그대로 들어주시는 것 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안정감을 주셨어요. 모든 배우들이 다 감독님을 좋아했어요."

당당하게 다름을 인정해달라고 말하는 전종서. 앞으로 그는 어떤 배우의 길을 걷게 될까. 

"차기작은 아직 하나도 없어요. 앞으로 계속 연기를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계속 연기를 한다면 찍어내는 연기는 하고 싶지 않아요. 순수하게 받아들이고 그걸 순수하게 내뿜을 줄 알고 싶어요. 한 번 필터를 거쳐서 내뱉으니 오해가 생길 수 있는데 그 경계가 허물어질 수 있는 걸 갖고 싶어요. 또한 지금 이 시대에 어떤 말을 할 수 있고, 필요한 배우였으면 좋겠어요. 대단한 영화나 대단한 역할을 한다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을 상대하더라도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배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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