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삐걱대는 중국 일대일로…미얀마도 “90억 달러 심해항 건설 재검토”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180604010001379

글자크기

닫기

김지수 기자

승인 : 2018. 06. 04. 14:08

1690=
자료출처=/차우크퓨 경제특구 홈페이지(kpsez.org)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해온 일대일로 사업이 흔들리는 기미가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미얀마 정부가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의 일환으로 지원한 90억 달러(약 9조 6400억 원) 규모 차우크퓨 심해항(深海港) 건설 사업을 재검토 중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현지시간) 사안에 정통한 두 명의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소식통들에 따르면 미얀마 정부 경제 관료들은 라카인 주 서부 차우크퓨 항구 건설사업 비용을 낮추기 위해 재협상을 하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우크퓨 항구는 중국 일대일로 사업의 핵심 사업 중 하나로, 이 항구가 완공되고 나면 중국은 말라카 해협을 거치지 않고도 미얀마를 거쳐 인도양으로 곧장 나아갈 수 있게 된다. 또한 이 곳은 최근 완공된 중국 윈난(雲南)성 쿤밍(昆明)까지 이어지는 석유·가스관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이 삼해항은 중국의 최대 국영기업 중 하나인 중국국제신탁투자공사(CITIC·시틱그룹)가 이끄는 컨소시엄이 건설하기로 돼 있었다. 2015년 시틱그룹이 이끄는 중국 기업 컨소시엄이 지분의 70%를, 미얀마 정부와 민간기업들이 30%씩 지분을 나누기로 하고 발주를 따낸 바 있다.
이 심해항 건설은 미얀마 역사상 최대의 인프라 사업이 될 것으로 주목을 모았다. 그러나 막대한 비용으로 인해 부채 리스크가 너무 높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미얀마 정부의 경제정책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호주 학자인 션 터넬은 “차우크퓨 항구 건설 사업은 미얀마에 유용한 인프라가 확대된다는 점에서는 환영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얼핏 보기에도 이 사업은 과도한 재정 비용을 초래하며, 이것은 미얀마가 참여하는데 있어 심각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우크퓨 심해항은 항구 건설 예상 비용이 75억 달러(약 8조 325억 원)이며, 나머지 20억 달러는 경제 특구 건립에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터넬 고문은 “미얀마가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을만한 규모의 항구는 이것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도 건설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것이 자신의 ‘개인적인 견해’라고 전제하면서도 미얀마 정부 관료들이 차우크퓨 항만 건설 비용을 줄이기 위해 협상할 방법을 모색 중인 것은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미얀마 정부의 또 다른 관료는 좀 더 직설적으로 차우크퓨 사업이 정책 입안가들에게 ‘악몽’과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만일 미얀마가 이 사업으로 인한 부채를 해결하지 못하면 결국 중국에 항구의 통제권을 넘겨주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안의 민감성으로 인해 익명을 요구한 이 관료는 “이 사업이 잘 진행되지 않으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인이 항구를 소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리랑카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나온 바 있다. 지난해 스리랑카는 전략적 요충지인 함반토타항 건설 사업으로 인한 빚을 해결하지 못해 결국 운영권을 99년간 임차 형식으로 중국에 넘기기로 했다.

터넬 고문은 이 심해항 건설 사업을 강행할 경우 미얀마가 떠안아야 할 부채를 20억 달러 가량으로 추산했다. 이는 미얀마 국내총생산(GDP)의 3%에 달하는 큰 금액이다.

최근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이 참여국들에게 ‘부채의 덫’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사업을 재검토하겠다고 나서는 국가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도 지난달 마하티르 모하마드 총리가 정권교체를 이루면서 동부해안철도(ECRL)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지난달 27일 발표한 바 있다.
김지수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