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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2일 샹그릴라 대화 기조연설에서 “중국의 남중국해 정책은 미국의 전략이 추진하는 개방성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으며, 중국에 더 광범위한 목적이 있다는 의혹이 들게 한다”며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거점화를 강하게 비판했다.
매티스 장관은 지대공 미사일 배치와 폭격기 이착륙 훈련 등 최근 중국의 남중국해에서의 동향을 열거하며 “중국이 부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무기 시스템의 배치는 협박과 강압의 목적으로 이 지역을 군사적으로 사용하려는 의도와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 중순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군도) 우디섬(중국명 융싱다오) 비행장에서는 핵폭탄을 탑재할 수 있는 훙(H)-6 전략폭격기 등 중국 폭격기 여러 대가 이착륙 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폭격기 이착륙 훈련을 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특히 중국이 이번에 훈련에 동원한 훙-6은 항속거리가 최대 6000㎞로 핵탄두뿐 아니라 초음속 대함미사일인 잉지(鷹擊·YJ)-12 등을 탑재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중국은 이 지역에 다수의 지대공미사일을 배치했으며,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에도 지대공미사일·전자교란장치 등을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티스 장관은 “미국은 중국과 건설적이고 성과 지향적인 관계를 지속해서 추구해 나가겠지만, 필요하다면 강력하게 승부를 걸 수도 있다”며 중국에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이 불과 열흘 앞으로 다가온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매티스 장관은 약 1시간의 기조연설 시간을 대부분 중국을 비판하는 데 사용했다. 일본 아사히 신문이 당국자를 인용해 전한 바에 따르면 매티스 장관이 연설 원고를 직접 작성했으며, 당일 아침까지 수정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국자는 “그만큼 중국의 군사·경제적 위협에 위기감을 안고 있다는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매티스 장관의 발언에 중국 측은 강력 반발했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매티스 장관이 연설을 마친지 약 2시간 뒤, 마찬가지로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 중인 허레이(何雷) 중국 군사과학원 부원장은 기자들을 모아놓고 약 10분간 반박했다.
허레이 부원장은 “남중국해의 섬과 해역이 중국의 영토인 점은 논쟁의 여지가 없다. 이는 국제법과 역사가 입증하고 있다”며 “남중국해 문제를 무책임하게 떠드는 것은 중국에 대한 내정 간섭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화를 반대하며 목소리를 내는 자들이 오히려 실제 군사화에 착수하고 있다”며 “자유 항행을 내걸고 (미군) 전투기와 군함이 (중국 영해) 12해리 내로 침입하는 것은 중국의 국가안전에 영향을 주는 도발”라며 미국의 ‘항행의 자유’ 작전을 정조준했다.
앞서 중국의 남중국해 폭격기 훈련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은 지난달 27일 유도미사일 구축함 ‘히긴스’와 순양함 ‘앤티텀’ 두 척을 투입해 파라셀 제도 12해리 이내 수역을 통과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친 바 있다.
자오샤오줘(趙小卓) 중국 군사과학원 연구센터 주임도 “중국은 필요한 방어 시설을 설치하고 있을 뿐이다. 이것을 군사화라고 하면 미군 구축함 파견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번 샹그릴라 대화에서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화에 반대 목소리를 높인 것은 비단 미국 뿐만이 아니다.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베트남의 응오 쑤언 릭 국방장관도 2일 이 회의에서 “모든 당사자, 특히 대국은 책임 있게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중국은) 일방적인 행동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