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김종갑 한전 사장 경영개선 카드… 결국 전기료 인상?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180423010013340

글자크기

닫기

최원영 기자

승인 : 2018. 04. 24. 06:00

취임 열흘만에 전방위적 전기료 인상 움직임
악화된 한전 실적으로는 에너지전환 '무리'
산업용 경부하 할인율 변경할까… 업계 '촉각'
basic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이 취임한지 불과 열흘만에 전방위적 전기료 인상 움직임이 끊이질 않고 있다. 회사의 악화되는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본격적인 에너지전환을 추진하려면 전기료 현실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23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김 사장이 취임일성으로 선언한 비상경영 관련, 구체적 플랜이 조만간 나올 예정이다. 내부적으로 줄일 수 있는 건 최대한 줄이겠다는 방침으로, 계열사들과 함께 전략을 수립 중이다.

하지만 전력구입·연료비가 한전 지출의 대부분인 상황에서 관리 예산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업계가 한전의 전기료 인상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는 이유다.

한전은 앞서 17일 다가구·다세대 주택의 공동설비에 적용하려던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보도가 나가고 3시간여 만에 적용을 유보했다. 여론악화와 지방선거를 의식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인상 금액은 크지 않았지만 비슷한 시도는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10년 만에 정산조정계수 제도 개편을 위한 TF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전원별로 가격할인율을 재조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산업용 전기요금제도 개편 소식도 있다. 3차 에너지기본계획 워킹그룹을 통해 개편을 검토 중으로, 경부하 요금 조정 및 산업용 누진제 도입이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가에선 산업용 경부하 요금할인폭이 10% 줄어들 때마다 한전의 연간 영업이익은 7090억원 늘어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또 정부는 부인했지만 이른바 ‘원전세’를 도입해 세금을 더 걷는 방안이 워킹그룹서 검토될 것이란 보도가 있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해 국회에서 전기료 인상 대책과 관련해 “현재 전력 공급과잉 상태라 전기요금이 절대 올라갈 수 없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고 발언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 모든 지표가 전기료 인상 요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겨울 전력수요는 사상 최대치를 연일 갈아치웠고, 정부는 10여 차례나 기업들에 전기사용을 줄여 달라는 급전지시(수요감축 요청)를 내렸다. 유연탄에 대한 개별소비세 세율이 20% 인상됐고 유가 상승으로 인해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도 올라가고 있는 추세다.

사상 최대 실적을 내던 한전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반토막 났고, 4분기 들어선 적자로 전환했다. 1분기 실적도 수천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이같은 움직임은 탈원전 등 이번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과도 무관하지 않다.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규제를 크게 강화하고 있어 점검으로 가동을 멈춘 원전이 많다”며 “원전을 못 돌리게 되면 비싼 LNG로 발전한 전기를 사서 보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원전 1기가 쉬면 하루 약 11억원의 손해가 발생한다. 현재 11기의 원전이 정지 돼 있어 단순 계산으로 매일 120억원 이상 손실이 누적되고 있는 셈이다.

원전 전기를 못 갖다 쓰면서 자회사 한국수력원자력 역시 손실을 보게 되고, 또 연관된 핵연료주식회사 등 계열사들의 피해로 이어진다. 이에 따른 적자는 결국 한전이 보전해야 하기 때문에, 원전 정지로 인한 포괄적 개념의 손실이 이미 7조~8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정 교수의 분석이다.

정 교수는 “한전으로선 전기료 인상을 지연하기 위해 적자경영을 하거나 차입을 하는 등 국민들한테 직접적으로 노출시키지 않는 방법들을 구상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적자경영이 장기화되면 신용등급이 낮아져 더 비싼 이자율을 물게 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출구전략을 구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한전이 당장 다음번 회계에서 적자 성적표를 꺼내들 수 있어 충격 완화에 고민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에너지전환의 주체로서 재생에너지·송전선로·계통보강 등에 연평균 17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 중장기적으로 전기료 인상을 위한 구상을 다각도로 하고 있을 것이란 시각이다. 돌파 방법은 민감한 가정용보다는 산업용 전기료가 유력하게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책임지고 활로를 찾아야 할 한전 사장이 선임됐으니 에너지전환을 위한 정책은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미 많이 오른 산업용 전기료를 또 건드린다면,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큰 저항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최원영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