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업종·지역별 차등화는 시기상조…1만원 이상 실현된 후 검토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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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6층 위원장실에서 가진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인간 중심의 작업 현장 구현 등 장기적인 안목에서 노동자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변화를 이뤄야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은 심각한 청년실업에 대해 “가장 큰 문제는 기업은 구인난, 청년은 구직난을 겪는 중소기업의 일자리 미스매치”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산업단지에 공동 편의·복지지설을 만드는 등 정부가 나서 중소기업의 복리후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2월 제26대 한국노총의 수장이 된 김 위원장은 최저임금·근로시간 단축·새로운 사회적 대화 등 이해 관계가 첨예한 현안들을 안고 있어 이를 어떻게 풀어갈지 국민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위원장으로 취임한 지 1년이 지났다. 성과와 아쉬운 점은 무엇이고 올해 중점 추진 사항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는 데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정권교체에 참여한 게 가장 큰 성과다. 아울러 지난 정부에서 추진했던 성과연봉제 등 노동자에게 불리했던 제도들을 제자리로 돌린 것도 꼽을 수 있다. 아쉬운 점은 변화를 이루기 위해 사회적대화가 절실한데 그 부분이 지지부진하다. 올해 가장 큰 목표는 조직 확대다. 2018년은 ‘200만 조직화’ 원년이다. 지금 한국노총 간부들이 전국에 다 나가있다.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최저임금 관련 인상폭·산입범위 등에 대해 노동계와 경영계의 이견이 크다. 한국노총이 추구하는 최저임금 방향은?
“최저임금의 도입취지는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안정을 도모하는 것이다.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 확실치 않은 상태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만 따로 떼어 논의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 사측은 지금까지 통상임금을 줄이기 위해 임금체계를 복잡하게 만들어 놓았다. 그런데 이제 최저임금 수준이 오르니 사측에 불리한 조항만 뽑아내 개정하자고 한다. 최저임금 문제에 국한된 논의는 반대한다.”
-최저임금을 업종별 또는 지역별로 상황에 맞게 적용하자는 안에 대한 입장은?
“우선 노동자·대기업·하청업체 등이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해 최저임금은 인상돼야 한다. 현 시점에서 최저임금 차등화 논의는 자칫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다만 1만원 이상이 된 후에 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이전의 사회적 대화가 공회전을 거듭했던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이전 정부들이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정부주도의 노동개악을 밀어붙이는 도구로 이용했다. 아니면 사용자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방편에 불과했다. 이제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고를 때가 됐다.”
-가칭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지향해야 될 가치관은 무엇인가?
“재개된 노사정 대화는 중앙단위 노사관계를 복원하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을 해야 한다. 경쟁과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은 기업은 성장시켰지만 사회양극화라는 괴물을 만들어냈다. 새로운 사회적 대화 기구는 사회양극화를 완화시키고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초석을 마련하는 대화의 장이 돼야 할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이 통과됐다.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적용되는데 앞으로 해결해야 할 사항은?
“근로시간 단축 방향은 맞다. 우리나라의 장시간 노동은 방치할 수 없는 수준이다. 다만 장시간 노동으로 겨우 생계를 유지했던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손실 문제는 반드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은 미조직 중소사업장 노동자들까지 휴일이 확대되는 진일보한 측면이 있지만 휴일수당 중복할증이 인정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 5인 이하 사업장은 이번에도 제외됐다.그리고 운송과 보건업종 등이 여전히 특례조항으로 남게 된 것도 아쉽다.”
-‘노동 존중 사회’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대한 평가와 함께 정부가 발의한 개헌안에 대한 노총의 입장은?
“개헌안 내용 중 노동권 강화와 노동 조건은 노사가 대등하게 결정한다는 원칙을 명시한 점 등은 현재의 헌법보다는 진일보한 내용이다. 아울러 ‘근로’를 ‘노동’으로 수정한 것과 공무원 노동3권 보장 등의 내용이 포함된 점 등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아니라 노력의무로 규정한 점, 상시지속업무 직접 고용원칙 등이 빠진 부분, 노동3권의 범위를 근로조건 개선으로만 국한시켜놓은 현행 헌법을 그대로 둔 것 등은 많이 아쉽다.”
-여성노동자·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위원장의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 한국노총에서 이들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정책은?
“한국노총도 USR(노조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해서 봉사활동도 하고 사회연대임금 운동도 하고 있다. 비정규직 자녀에 대한 장학금도 주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를 찾아주는 것이다. 혼자서 고민하지 마시고 한국노총의 문을 두드려 달라. 노총도 먼저 다가가도록 노력하겠다.”
-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사용자 단체와 어떤 관계를 설정해 나갈 예정인가?
“사용자 단체가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기업들 간의 불공정거래를 중단하고 대기업위주의 경제구조를 완화시키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들 단체들과는 지금까지도 그래 왔듯이 만나고 설득하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시대가 변했는데 노조가 보다 주도적·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는 게 필요하지 않은가?
“대화를 자주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공감한다. 노동계에서 남북대화를 요구할 때 ‘만나야 통일이다’라는 슬로건을 쓴 적이 있다. 남북도 만나는데 노사도 못만날 이유는 없다. 노사단체 대표들이 기존의 사고를 뛰어넘어 상생의 분위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 다만 생각하지 못한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된다.”
-한국GM 등 노사 간 입장 차이가 커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이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 것으로 전망하나?
“회사가 망하기를 바라는 노동자들은 아무도 없다. 노동조합들도 자기가 속한 기업이 발전하고 그 안에서 노동자도 동반성장하기를 바란다. 제조업에 대한 전망이 밝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제조업을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 그런데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외국자본에 경영권이 넘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국GM 사례에서도 보듯이 국내 기업이 글로벌 하청으로 전락하는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장기적으로 더 문제가 될 수도 있어서 이에 대한 합리적 해결방안을 찾는 게 시급하다.”
-‘귀족노조’ 등 대기업 노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특정 기업노조의 문제를 일반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5000여개 노조 중 파업을 하는 곳은 100곳도 채 되지 않는다. 물론 대기업 노조가 주변을 둘러보지 못한 것은 분명히 있었다. 이 부분은 개선되고 있다.”
-청년실업 등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 해결책으로 어떤 것이 있나?
“노사정이 같이 고민하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일자리 미스매치다. 중소기업은 구인난을, 청년은 구직난을 겪고 있다. 중소기업의 급여·복리후생 등 대기업에 못 미치는 처우가 개선돼야 한다. 일자리위원회 참석했을 때 얘기한 부분이지만 산업단지에 중소기업이 같이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복지지설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노동자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변화를 이뤄야 한다. 인간 중심의 작업현장을 만들고, 임금이 인상되고, 사회안전망이 강화돼 노동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약력
△1961년 경북 상주 출생 △원광대 전기공학 학사, 건국대 산업대학원 전기공학 석사 △전국전력노동조합 서부지부장 △국가기간산업 사유화저지 공동투쟁본부의 공동의장 △전력관련산업 노동조합 연대회의 의장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공공특별위원회 위원 △국제공공노련 한국위원회 공동의장 △전국전력노동조합 위원장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이사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 △한국노총 제26대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