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라인 정의용 채널로 북미대화 압박 수위 끌어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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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위원장은 이날 12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서울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정 실장과의 오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전했다. 이날 오찬에는 김 부위원장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등 북측 대표단과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이 함께 했다. 이날 오찬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이 전날 평창 회동에서 북·미 대화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한 뒤 실무차원의 후속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 실장은 오찬에서 “지난해 5월 정부 출범 이후의 주변국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해왔고, 그런 노력이 한반도 평화 정착을 조성하는 데 기여했다”는 취지로 설명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실장은 특히 “문 대통령은 미국과 4차례 이상 공식 정상회담을 하고, 한 달에 한 번꼴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직접 통화하면서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다”며 “두 정상 간의 확고한 신뢰를 구축하며 대화 분위기를 조성해 왔다”고 강조했다.
전날 문 대통령이 김 부위원장을 평창에서 만나 비핵화 의지 천명을 직접 요구하고,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제시한 데 이어 정 실장도 이날 김 부위원장에게 ‘비핵화 액션’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 자리에서 김 부위원장이 어떤 액션을 언급했는지는 전해지지 않는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도 “비핵화가 아니더라도 북한이 무엇을 하겠다는 언급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NCND(neither confirm nor deny·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음)”라며 말을 아꼈다.
특히 이날 오찬이 우리 정부의 ‘대북라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아닌 ‘대미라인’ 정 실장 주재로 진행된 점도 주목된다. 정 실장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카운터파트너’로 맥매스터와 핫라인을 통해 한·미 관계를 이끌고 있다. 우리 정부는 ‘포스트 평창’ 국면에서 대북·대미 라인을 입체적으로 가동한다는 전략이다. 남북교류는 대북관계의 특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복원·확대해 나가되, 북·미 대화를 위해선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도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류옌동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만나 “미국은 대화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고, 북한도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