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아닌 경구용 에이즈 예방약 도입… 비싼 가격이 걸림돌

백신이 아닌 경구용 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치료제가 국내에 도입됐다.

1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길리어드사이언스 코리아의 트루바다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에이즈 예방 효과를 인정받았다. 국내에서 백신이 아닌 의약품이 예방적 효과를 인정받아 허가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트루바다는 에이즈 치료에만 사용하도록 허가됐었다. 하지만 지난 13일자로 HIV 노출 전 감염 위험을 감소하는 데 쓸 수 있도록 효능·효과(적응증)가 추가됐다. 성관계 대상자가 HIV 감염자이거나 HIV 감염자가 많은 지역 또는 사회적 네트워크에서 성생활을 하는 고위험군은 트루바다를 예방 목적으로 처방받을 수 있다.

길리어드사이언스는 페루·에콰도르·남아프리카공화국·브라질·태국·미국 등지에서 2499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트루바다가 에이즈 고위험군인 ‘남성과 성관계를 갖는 남성’(MSM)의 HIV 감염 위험을 최대 92%까지 낮추는 것을 확인했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는 트루바다를 에이즈 예방을 위한 의약품으로 지정한 바 있다. 현재 출시된 에이즈 치료제 중 예방 효과를 인정받은 건 트루바다가 유일하다. 미국도 지난 2012년 트루바다를 ‘HIV 노출 전 예방요법’(PrEP; Pre-exposure prophylaxis)으로 허가해 이미 사용 중이다.

국내에서는 대한에이즈학회가 적응증 확대 전부터 성적으로 활동적인 남성과 성관계를 갖는 남성(MSM)에게 트루바다를 예방적 목적으로 처방할 것을 권고해 왔다.

문제는 비용부담이 커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데 있다. 트루바다 한 알 가격은 1만3720원으로, 1년간 매일 복용할 경우 약값만 501만1450원에 달해 고위험군이 복용할 지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 신규 HIV/AIDS 감염인(외국인 포함)은 1199명으로 2010년 837명 대비 43.2% 증가했다. 내국인 감염자는 남성 1002명, 여성 60명이다. 2016년까지 사망자를 제외한 누적 감염 내국인은 1만1439명으로, 질병확산 방지를 위해 국가차원에서 치료를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