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지진으로 수능시험 연기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빚었던 포항에서 11일 또 다시 규모 4.6의 지진이 발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지진은 지나해 11월 15일에 있었던 규모 5.4 강진의 여진(餘震)이며 강도는 지난해 본진(本震)의 1/16 수준이라고 한다.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등 22명이 다쳤지만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다. 그렇지만 주민들은 세밑 추위에 지난해 지진의 악몽이 살아나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는 등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한다.
이날 지진속보는 지진관측 시점인 5시 3분에 조기시스템에 의해 바로 자동으로 발표됐지만 긴급재난문자 발송은 지진발생 후 7분이 지난 후 발송됐다. 이는 긴급재난문자 자동송출 시스템에 일부 오류 때문인데 행안부와 기상청이 함께 자세한 원인을 파악하는 중이라고 한다. 이번 지진은 규모 5.0 이하여서 전부처가 참여하는 재난안전대책 본부는 꾸리지 않지만, 행안부가 행안부 차원의 비상단계를 발령해서 지진피해에 대응하고 있다고 한다.
잊을 만하면 지진이 발생하여 일부 주민들에게는 지진 공포가 되고 있고, 다른 국민들에게도 우리나라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일깨워주고 있다. 홍태경 연세대 교수에 따르면, 이번처럼 규모 5.4의 본진이 발생한 지 근 세달 만에 본진 당일 있었던 규모 4.3의 여진을 능가하는 최대 규모의 여진이 발생하는 것은 이례적이며 이는 당시 쪼개질 듯 말 듯했던 단층면이 이번에 깨진 것이라고 한다. 향후 더 큰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우리나라가 지진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면, 정부는 체계적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아마도 오랜 세월 잦은 지진과 투쟁해 경험을 축적한 일본이야말로 지진 대응의 교과서로 불려도 손색이 없으므로 정부가 일본의 경험을 배우고 이를 우리의 실정에 맞게 변용시켜 대비책을 내놓기 바란다. 그 중 하나는 내진설계인데, 우리 자녀들의 배움터이자 지진이 났을 때 대피소로도 쓰이는 학교시설조차 내진설계가 안 된 곳이 많다는 보도다. 하나도 빠짐없이 내진설계가 됐으면 좋겠다.
추운 날씨에 설을 앞두고 지진으로 심적 트라우마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포항시민들에게 얼어붙은 마음을 녹일 온정의 손길도 필요하다. 지금 지구인의 축제인 평창올림픽이 열리고 있어 이를 성공적으로 치르는 것도 중요하고 또 북한과의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에 못지않게 우리 정부가 어려움에 처한 우리의 포항시민들이 지진공포를 딛고 일어서도록 돌보는 일에도 한 치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