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 13%가 해외 살지만 정부지원 턱없이 부족
동포들은 친한파…공공외교·남북통일 큰 자산
국내 교과서 소개·한글교육 정체성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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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성 재외동포재단 이사장(62)은 취임 100일을 맞아 29일 아시아투데이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한 이사장은 대한민국의 독립과 산업화, 민주화 과정에서 보답을 바라지 않고 모국을 도와왔던 재외동포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충분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1987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재미 언론인으로 맹활약을 하면서 미국 사회에서 한인들의 위상을 드높였던 한 이사장은 지난해 740만 재외동포 관련 정책을 직접 펼치는 역할을 맡게 됐다.
한 이사장은 2001년 한국기자상 특별상을 비롯해 AP통신 기자상, 미국 내 비영어권 미디어 첫 소수계 기자상을 받았다. 한국전쟁 당시 발생했던 양민학살 사건을 취재·보도해 퓰리처상 후보에도 올랐다.
무엇보다도 ‘미국 역사상 최고의 전쟁영웅 16인’이자 인도주의자인 고(故) 김영옥 대령의 업적을 동포사회와 국내에 소개한 재미 언론이기도 하다.
재외동포 출신으로는 첫 재단 이사장이 된 책임감에 대해 한 이사장은 모국과 동포사회를 잇는 쌍방향 소통의 역할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 이사장은 “한민족 13%가 해외에 살고 있지만 올해 재단의 예산이 613억원으로 정부 정규 예산의 0.014%밖에 되지 않는다”며 공공외교를 펼치고 남북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한 가장 큰 자산인 재외동포 지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 이사장은 초등학교 교과서에 재외동포의 모습을 소개해 한민족 집단으로서의 거리를 좁혀 그 에너지를 국력 강화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재외동포들의 정체성 강화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노력을 보다 힘써 나가야 한다고 거듭 역설했다.
지난해 10월 24일 취임해 100일을 맞은 한 이사장을 서울 서초구 외교센터 6층 재외동포재단 집무실에서 만나 향후 활동 방향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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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0만 재외동포 중 한 명을 선택해 국가를 위해 봉사할 기회를 준 정부에 무엇보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도 영광이다. 재외동포재단은 한국 정부와 해외동포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라고 만들어졌다. 지금까지 그 역할을 잘 해 왔다. 다만 그동안은 정부 정책의 집행자 역할을 더 많이 한 ‘일방통행’ 경향이 있었다. 이제는 양방향 다리가 돼야 한다. 나는 한국에서 30년, 국외에서 30년을 산 사람이다. 재외동포 사회 목소리를 가감없이 정부에 전하는 대변인 역할을 잘 하겠다.”
-우리 국민들의 재외동포에 대한 인식이 아직은 낮아 보이는데?
“그렇다. 우리 국민들의 이해가 아직은 부족하다고 본다. 내국인과 재외동포의 거리가 먼 이유는 상호 이해와 존중이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상대에 대한 존중은 이해가 먼저 있어야 하는데 교육이 필요하다. 이 교육이 현재 부족하다. 어릴 때부터 왜곡된 시각을 갖지 않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터전이 마련돼야 한다. 하지만 초등학교 1~6학년 교과서를 통틀어 재외동포가 등장하는 것은 단 4건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학생들 입장에선 그 사람이 재외동포인지 애매모호하게 쓰여 있는 경우도 있다. 다행인 점은 지난해 12월 국무총리 주재 관계부처 회의에서 총리께서 직접 시행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만약 교과서에 재외동포 이야기가 더 실린다면 국민들의 이해가 깊어질 것이고 서로 존중하며 한민족 집단의 거리가 보다 가까워질 것이다. 그 에너지는 국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재외동포들이 그동안 한 모국에 대한 역할이 있다면?
“해방과 산업화, 민주화 등 대한민국의 역사에 엄청나게 기여했다. 구한말과 일제강점기를 앞두고 조선의 국력이 쇠락하고 그 과정에서 고국을 떠나는 사람이 늘어났다. 동포들이 조국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독립운동이었다. 예를 들어 한민국 임시정부 인적구성은 100% 동포들이고, 첫 해 예산의 50%를 재미동포 기부금으로 마련했다. 전쟁을 거쳐 산업화를 이루게 되는 그 과정에도 독일로 간 광부·간호사들의 헌신, 구로공단을 만들어준 재일동포들이 있었다. 일본 이야기를 더 하자면 현지 우리 공관 10곳 중 9곳을 동포들이 돈을 모아 기증한 것이다. 민주화 과정에서도 동포들의 도움은 있었다. 김대중·김영삼 등 주요 정치인과 인사들이 국내에서 핍박받을 때 일본과 미국에 서 머물기도 했다. 광주 민주화운동 진상 규명에도 동포들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
-모국이 동포들에게 받은 것에 비해 현재 주는 것이 적다는 지적이 있는데?
“한국 인구가 5000만 명인데 동포는 740만 명이다. 북한을 제외한 한민족 13%가 해외에 살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올해 재단의 예산이 613억 원이다. 정부 정규예산의 0.014%밖에 안 된다. 일본을 예로 들면 재일동포들에게 주는 지원금은 1년에 80억 원이다. 그런데 재일동포들이 우리에게 준 돈은 최소 1조 원이 된다. 9개 공관을 합치면 재일동포들이 모국에게 준 금액은 훨씬 크다. 정부가 주는 금액은 그것의 이자도 되지 않는다. 공공외교를 강화하는 게 현재 우리 외교정책 핵심방향 중 하나다. 공공외교를 하는데 최고로 효과적인 집단이 재외동포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친한파다. 평화통일을 위해서도 한국 바깥에 가장 우호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집단이다. 그런데 예산 배정을 보면 과연 이것이 전략적 사고로 볼 때 맞는 것인지 강한 의문이 든다.”
-재외동포에 대한 모국의 지원과 관심이 낮은 이유는 뭐라 보나?
“철학이 잘못됐다고 본다. ‘재외동포는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한 소중한 자산’이라는 이야기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지금 와서 보니까 잘못된 말 같다. 만약 ‘특정 지역 주민들을 대한민국 발전을 위한 자산’이라고 하면 좀 이상하지 않나? 대한민국이란 국가가 있고 국민의 일부인 재외동포가 있는데, 그동안 이들을 국가발전을 위한 수단으로 본 것이다. 국가가 존재하는 목적이 국민이고 재외동포는 국민의 일부다. 우리 동포들은 이 나라 독립과 산업화, 민주화에 기여할 때 조국에 뭔가 받으려고 생각하지 않았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한국이 잘 살기 시작했고 그 이후에는 동포들을 눈여겨 보지 않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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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규모가 꼭 정부 의지를 반영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문재인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 10번째가 ‘해외체류 국민보호 강화와 재외동포 지원 확대’다. 특히 재외동포의 정체성 강화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이 분야의 중요성을 알고 있고, 새 정부 지도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재외동포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더 많은 지원을 기대한다.”
-재외동포재단은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나?
“재단의 설립목적은 세 가지다. 첫째, 재외동포들이 거주국에서 성공적인 시민이 되게 한다. 예를 들어 동포들 중 직업이 없는 사람을 불러 직업교육을 하고 거주국에서 좋은 직업, 경제력을 갖도록 도와준다. 둘째, 한민족의 일원이라는 정체성을 갖도록 교육한다. 셋째, 재외동포들의 네트워크를 강화해 한국 발전 동력으로 흡수한다. 특히 정체성 교육 차원에서 차세대 지도자 사업을 통해 해마다 1000명 정도를 한국에 초청해 교육한다. 또 중요한 것은 한글 교육이다. 전 세계에 약 1800개 한글학교가 있고 1만 5000명의 교사들이 있다. 이곳을 통해 배우는 동포들이 10만 명이다.”
-특히 재외동포들의 정체성 교육이 왜 중요한가?
“재단이 1997년 처음 만들어졌다. 20년이 지나면서 시대적인 상황이 변하면서 중요하게 떠오른 것이 정체성 교육이다. 지금은 한글학교 교사를 1년에 250명씩 국내로 초청해 교육한다. 모든 교사를 교육하려면 지금으로는 80년이 걸린다. 적어도 한 해 1000명 정도는 초청해서 교육해야 효과가 커진다. 우리 예산이 613억원인데 적어도 1000억 원 정도는 돼야 한다. 청소년들도 지금의 1000명이 아닌 3000~5000명 정도 국내로 초청하려면 더 많은 예산이 있어야 한다. 나를 포함해 재단 직원이 61명인데 100명은 있어야 재외동포를 위한 제대로 된 일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지 국가에서 우리 재외동포들의 사회적·정치적 능력 신장도 중요한데?
“동포들이 거주국에서 잘살면 영향력이 생기고, 그 영향력으로 한국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는 따로 정치력 신장사업에 예산항목을 갖고 있을 정도로 중요하게 본다. 주미대사로 한국계 미국인이 나왔고 이번에 또 나온다. 일본을 생각해보면 미국 태평양사령관이 일본계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잿더미가 된 일본이 급속히 일어나는 것도 일본계 미국인의 힘이 세게 작용했다. 이스라엘의 생존에도 미국의 유대인들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똑같은 것을 한국이 바라고 있다. 올해 미국 중간선거에 한국계가 5명 출마한다. 한국이 미국의 오늘이 있기까지 기여한 정도에 따라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평창 겨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재외동포들이 열심히 뛰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우선 재일동포들이 2억엔을 기부했다. 그분들은 1948년 런던올림픽 때도 한국의 첫 올림픽 참가를 도왔고, 1988년 서울올림픽 때 100억엔을 지원했다. 현재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놓고 한·일 관계가 어려워 재일동포 사회가 힘들지만 여전히 돕고 있다. 정확한 규모는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재일·재미 동포들은 평창올림픽 참관단을 꾸려 올 예정이다. 나도 재외동포로서 각종 모임에 갈 때마다 모든 스피치에 평창올림픽 홍보를 한다. 외국에서는 북핵 때문에 불안감이 많다. 때문에 ‘한국은 안전하다. 성공적으로 올림픽을 치를 것’이라는 이야기를 강조하고 있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카자흐스탄의 데니스 텐이라는 피겨 선수는 재외동포출신이다. 이번에 단체로 응원을 할까도 생각한다.”